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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그녀는 '엄마를 부탁해' 의 작가다

안유회/특집부장

신경숙 소설 영문판
미 언론들 이례적 관심
문학의 박찬호·김연아 될까


2011년 4월 5일. 신경숙의 첫 영문 번역소설인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날이다. 이날은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에서 하나의 전설로 기록될 것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소설의 영문판 출간을 보도하는 기사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례적'이다. 초판 10만부 인쇄도 이 많은(?) 부수가 예약 판매로 완판되고 출간도 되기 전에 2쇄 인쇄에 들어간 것도 모두 이례적이다. 여기에 뉴욕타임스가 리뷰를 두 번이나 그것도 3명의 서평 전문가와 문학평론가를 동원해 실은 것도 이례적이다.

첫 경험은 모두 이례적이다. 한국문학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이 뜨거운 반응이 이례적이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이례적이다. '엄마를 부탁해'를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 영문판과 비교할 때는 한국문학의 비원까지 느껴졌다. '엄마를 부탁해'에 쏠리는 관심이 '태엽 감는 새' 때보다 더 뜨거운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두 작가의 영문판을 낸 출판사가 크노프라는 점에서 신경숙은 90년대 메이저리그 첫 한국인 선수였던 박찬호를 연상시킨다. 한국 언론은 함께 다저스 투수로 활동한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 비교에 열을 올렸고 누가 아시아 선수 다승 기록 보유자가 될 것인지 거의 응원 수준으로 매달렸다.

한국문학은 그 동안 목말랐다. 세계의 인정에 굶주렸다. 야구가 박찬호를 낳고 축구가 월드컵 4강에 박지성을 배출할 때 아시아인은 안 된다던 수영과 피겨 스케이팅마저 박태환과 김연아를 배출하며 세계로 갈 때 문학은 한국을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와 드라마 대중가요가 한류를 타고 바다를 넘을 때도 일천한 역사의 골프마저 세계 정상을 호령할 때도 오랜 전통의 문학은 깊은 내상에 시달렸다.

한국문학의 상처는 기형적인 노벨문학상 수상 집념으로 나타났다. 노벨상 수상을 향한 그 처절한 집념은 문학을 스포츠 경기로 만들기도 했다.

한국문학의 염원을 안고 신경숙은 문학의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일부에서는 '엄마를 부탁해'가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억측만은 아닌 듯하다. 결과적으로 출판에 의미를 두던 이전의 사례와는 크게 다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 서평전문가와 문학평론가 두 사람의 서평을 나란히 실은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또 다른 서평을 게재했다. 이 가운데 서평전문가 미슬리 라오의 글에는 신경숙 작품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 들어있다.

라오는 '엄마를 부탁해'를 "모성의 신비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헌사"(Raw tribute to the mysteries of motherhood)라고 표현했다. '날 것'은 한국의 예술작품을 설명하는 키워드의 하나다. '날 것'은 한국인 특유의 정감을 표현할 때 쓴다. 한국인의 정감은 진폭도 크고 진하다. 외국인에겐 아주 낯선 표현방식인데 어느 정도 익숙하면 흥미로울 수 있다. '날 것'은 한국 영화의 거친 표현에도 흔히 붙던 수식어다.

흥미로운 것은 신경숙의 미국 데뷔를 알린 것은 지난 1월 1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신경숙의 칼럼이다. 주제는 '천안함 침몰'이었다. "나는 3월 26일 생생하게 기억한다"로 시작되는 칼럼은 해군 병사들의 죽음을 가족의 사망으로 슬퍼하는 신경숙 특유의 필치로 그리고 있다. 그건 마치 '엄마를 부탁해'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엄마는 실종됐고 가족들은 슬퍼한다. 칼럼 끝에는 "신경숙은 곧 출간될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다"라고 쓰여있었다. 이제 신경숙은 한국문학의 박찬호 박지성 김연아다. 내일 그가 미국 시장에 데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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