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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나무 심기와 종이 만들기

김완신/논설실장

예전에는 중요한 기념일이었지만 근래 들어 존재감이 없어진 날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4월 5일 식목일이다. 본국지를 살펴봐도 식목일 행사에 대한 보도나 대대적으로 나무를 심었다는 기사를 찾기가 어렵다.

식목일을 4월 5일로 정한 것은 1년 중 식수에 가장 적당한 시기를 택한 것이겠지만 날짜의 유래를 보면 뜻이 깊다.

서기 677년 신라가 당나라 세력을 몰아내고 완전한 삼국통일을 이룬 후 문무왕이 이를 기념해 나무를 심은 날짜가 양력으로 4월 5일이라고 한다.

또한 조선의 성종대왕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신하들과 함께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범 경작을 한 때가 바로 이 날이기도 하다.



식목일은 나무가 부족했던 한국 만의 기념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전 세계 3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1년중 한 시즌을 나무 심는 날로 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872년 네브래스카주의 언론인 스털링 모턴이 4월 10일을 식목일(Arbor Day)로 정하면서 시작됐다. 'Arbor'는 라틴어로 '나무'를 뜻하는 말이다.

모턴은 유력지의 편집자로 근무하면서 칼럼을 통해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일깨우기도 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1970년 닉슨 대통령은 4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연방차원의 식목의 날로 공표했다. 현재 각 주들은 식수에 적당한 시기를 택해 각기 다른 식목일을 정해 놓고 있다.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여러 가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종이의 원료가 된다는 것이다. 21세기 디지털 문명이 발전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종이 수요의 감소를 예상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산업시대의 산물인 종이는 정보화시대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복사기 제조사인 제록스는 '종이가 디지털 문화를 보완하면서 동반성장할 것'이라며 종이 수요의 성장을 예측했었다.

현재 종이 수요는 매년 2~3%씩 증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종이 책과 종이 신문의 비중이 작아지고 있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복사와 인쇄 등으로 오히려 종이 수요는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이 원료로서의 나무 수요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나무가 땔감이나 건축자재로 주로 사용됐으나 선진산업화 시대를 맞으면서 종이 원료로서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세계에서 가장 종이를 많이 소비하는 미국의 경우 1인당 종이 소비량은 거의 400kg에 이른다. 종이 1톤을 생산하기 위해 원목이 15~20그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이생산을 위해 엄청난 나무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종이는 종잇장만큼이나 가볍게 소비된다. 이면지 활용은 찾아보기 힘들고 재활용되는 비율도 낮다. 연방 농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폐지를 활용할 경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2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단순히 종이 원료라는 측면에서만 생각할 수는 없다. 울창한 숲의 나무들이 제공하는 정신적인 풍요와 안락함 건강상의 혜택은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다.

식목일이라고 하면 못 살았던 시절 '나무 심기가 곧 애국'이라는 거창한 구호에 무거운 삽을 들고 민둥산을 올랐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제 나무심기는 '애국'이라는 지역성을 넘어 지구 살리기 운동이 됐다.

"우리 세대에게 잠시 맡겨진 지구는 제대로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140여 년 전 모턴이 나무심기를 주창하며 했던 이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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