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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자녀가 입학허가 못 받아 괴로운가요?

이은미/미드웨트스대 TESOL 교수

글쎄, 아들아, 네게 해 줄 말이 있구먼.

나한테 인생은 수정 계단같이 화려하지 않았지.

못과 가시가 튀어나오고, 판자는 깨지고,

카펫도 깔려있지 않은 맨 바닥이었어



하지만, 그래도 난 늘 계단을 올라갔어.

계단참에 도착한 후에는 모퉁이를 돌았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들어 설 때도 있었구먼.

그러니 아들아, 돌아보지 마라.

좀 어려워 보인다고 해서 계단에 그냥 주저앉으면 안돼.

지금 넘어지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아가야, 이 어미는 아직도 올라가고 있는걸

어미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어.

그리고 나의 삶은 수정계단이 아니었단다.



미국 흑인 문학계의 별과 같았던 시인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 1902-1967)의 ‘엄마가 아들에게(Mother to Son)’라는 시의 일부이다. 미국 중학교 교과서에 시 전문이 실려서 교실에서 이 시를 읽고 토론을 하는 일도 있다. 영문 원시를 읽어보면 아주 평범한 흑인 엄마가 아들에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나의 삶도 수정 계단이 아니니까.

3년 전, 2008년 4월은 내게 아주 혹독한 계절이었다. 우리 집 큰 아이가 대학 입학 허가서를 못 받았기 때문이다. 꽃은 미칠 듯이 피어나는데, 우리 가족들 모두 지옥의 어둠 속에 빠진 듯 했다. 몇 가지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가, 큰 아이에게 제안 한 것이 커뮤니티 칼리지 입학이었다. “엄마가 알아보니, 커뮤니티 칼리지에 가면 여러 가지 좋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더라. 오바마 대통령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콜럼비아 대학으로 편입 한 사람이야.”

나는 큰아이가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는 2년간 출퇴근을 하면서 내 차에 아이를 통학 시켰다. 첫 학기에 아이는 무척 괴로워했다. 다른 친구들은 큼직한 대학으로, 기숙사로 모두 떠났는데, 자신은 엄마의 차를 얻어 타고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닌다는 열패감이 아이를 몹시 괴롭힌 듯 했다. 첫 학기를 죽을 듯 괴로워하며 보낸 아이는 두 번째 학기부터는 학교에서 친구도 사귀고,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자신의 학교에 애정을 표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학기에는 편입 희망하던 대학들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기 시작했고, 네 번째 학기를 마치고는 자신이 희망하던 큼직한 대학으로 편입을 했다.

아이가 지옥 같은 어둠 속을 헤매던 그 첫 학기에,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괴로워 울기도 여러 번. 무조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에 나는 이 시에 나오는 엄마처럼 아들에 대한 나의 꿈 그리고 내가 살면서 실패하거나 넘어졌던 일화들을 들려주며, 이 시련을 어떻게 영광스럽게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하곤 했다.
아이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그리고 결국 웃으면서 엄마의 품을 떠났다. 덕분에 우리는 아이의 대학교육 2년을 ‘'헐값’에 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야, 네가 효자다. 학비 비싼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싸게 공부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치하를 하곤 한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혜로웠다.

남들이 번듯한 대학의 기숙사로 떠날 때, 희망학교에서 입학허가를 못 받았기 때문에 커뮤니티 칼리지로 가는 학생들의 기분이 어떨지 나는 잘 아는 편이다. 그 부모님의 마음이 어떨지도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미 겪어본 입장에서 웃으면서 말씀드릴 수 있다. “커뮤니티 칼리지가 학비도 싸고 정말 좋아요. 계획을 잘 짜서 착실히 공부하면 졸업 전에 원하는 큰 대학으로 편입을 할 수도 있어요. 절대, 절대, 절대 좌절하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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