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 20/20] 학력이 말해주는 세상

김완신/논설실장

인격형성 의미 퇴색하고
출세도구로 전락한 교육
미국도 이젠 자유롭지 못해


'학교 성적과 인생의 성공과는 관계가 없다.'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해 머리로는 수긍해도 심정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위안이 될 것 같지만 가끔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여유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인생에서 낙오되지는 않는다'고 애써 믿어보지만 자기합리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 '공부 잘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최근 한국에서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경쟁위주의 한국 교육정책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낙오에 대한 불안감과 학력경쟁의 스트레스로 올해 들어 4명이 자살했다. 최고학교에 입학한 것만으로 이미 경쟁사회의 우위에 서 있었지만 학점 부진이 치명적인 상처가 된 것이다.



미국에서도 예일대 에이미 추아 교수가 '타이거 마더'라는 책을 발표하면서 엄격한 교육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항상 A학점을 받아야 하고 순위가 정해지는 특별활동에만 참가해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방식의 요지다. 추아 교수는 "아이들은 스스로 방향을 결정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길을 제시해야 한다"며 남들보다 앞서야만 경쟁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타이거 마더식 교육법'에 대해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으로는 자유분방함을 강조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이라는 옹호론도 있다. 심지어 미국이 학력중시의 사회가 되면서 추아 교수의 견해가 미국 중산층 학부모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대변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년 높아지는 입학 경쟁률을 보면 미국도 더 이상 입시생들의 천국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의 어원은 '이끌어 낸다'는 뜻을 갖고 있다. 후대에 전해지면서 학생의 재능과 가능성을 계발한다는 의미로 해석됐고 지금도 교육의 목표가 되고 있다. 스승이 학생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과정이 교육인 것이다.

어원에서 보듯 교육은 개인 차원의 문제이지 다른 학습자와의 경쟁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맹자도 스승과 제자의 1대 1 관계에서 나오는 가르치는 즐거움과 배우는 기쁨을 강조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교육은 개개인의 교양 함양에 목표를 두었다. 그러나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경제적인 측면이 강조됐고 교육의 목표도 바뀌어 갔다. 전인적인 교양으로서의 교육 가치는 사라지고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도구로서의 기능이 커졌다. 교육의 실용성이 강조된 것이라고 미화할 수도 있지만 엄격히 말해 교육의 경제적 효용성만 중시하는 사회가 됐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한국의 입시제도와 대학교육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입시준비 기관으로 대학교를 취업준비 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난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도 이제는 이같은 비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교육의 목적을 '여가를 품위있게 보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물론 이 말은 전인적인 교양을 강조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교육의 지향점을 생활과 동떨어진 유희에 두기에는 시대와 사회가 그다지 한가롭지 못하다.

학력이 경쟁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쉽게 부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카이스트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게 한 교육은 재고돼야 한다. 교육의 미래를 위해 그 책임이 학교에 있는지 아니면 사회에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