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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갓파더'의 좌절과 '엄마'의 성공

안유회/특집부장

7년전 심형래 감독의 '디 워'(D-War) 촬영 현장을 취재했다. LA 다운타운의 교통을 통제하고 브래들리 탱크 등을 동원한 대규모 총격 액션 장면 촬영일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심 감독은 자부심과 서운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듯했다. 그의 자부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할리우드에서 할리우드 방식으로 제작해 할리우드에서 승부를 보겠다." 그의 서운함은 자신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사실 심 감독의 영화(작업)는 한국의 평단이나 영화계에서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본인은 할리우드에 뛰어들어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 이를 실천에 옮긴 뚝심이 외면당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9.11 이후 극도로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 도심에 탱크를 끌고 들어와 영화를 촬영한 건 우리가 처음이다." "영화배우 출신인 (당시) 아놀드 슈와제네거 주지사를 설득했다."

그의 자부심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그의 뚝심은 한국에서 관객들의 지지를 받은 가장 큰 요인이었고 결국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의 애국심 마케팅을 둘러싼 극단적인 찬반 논쟁 속에 집중 보도의 기쁨도 누렸다. 흔히 말하는 선수들의 관심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심 감독의 목표는 작품성이 아니라 흥행이었다.

하지만 할리우드 입성이라는 그의 꿈은 미완이었다. 2275개 스크린 개봉 첫 주말 504만달러 총흥행수입 1095만달러. 영화정보 사이트 IMDB에 실린 '디 워'의 수치다. 흥행외형을 갖췄지만 실제로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올 해 개봉된 심 감독의 두번째 할리우드 도전작 '라스트 갓파더(The Last Godfather)'의 성적은 말 그대로 처참하다. 추산 제작비 1340만달러 개봉 스크린 58개 첫 주말 흥행 10만달러 둘째 주말 총흥행 15만6000달러 그리고 사실상 종영.

심 감독은 '코미디는 자신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분신과 같은 영구 캐릭터 아닌가. 하지만 코미디는 문화의 벽을 넘기 가장 어려운 장르의 하나로 꼽힌다.

이번에도 심 감독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잘 안 믿는다…내가 할리우드 간다고 했을 때도 아무도 안 믿었다…예고편이 나왔는데도 영화가 완성된 게 맞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7년전의 반복이다.

두 번의 실패. 이제 심 감독은 자신의 영화제작과 할리우드 진출 방식의 효율성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 '디 워'는 테크놀러지에 지나치게 집착했고 '라스트 갓파더'는 장르 선택에 실패했다.

감독.연기.스크립 등 1인 다역의 방식도 고민의 대상이다. 방식 자체의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뚝심과 투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식을.

그런 면에서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미국 출간은 좋은 사례 연구가 될 것 같다. 보편적인 주제와 한국 작품 만의 개성. 규모 있는 미국 출판사의 적극적인 마케팅은 좋은 모범 사례다.

특히 뉴욕타임스에 실린 작가의 기명 칼럼과 두 번의 리뷰는 출판에서는 더 없이 효과적인 마케팅이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미국 시장 진출은 어렵다. 최근 한국영화의 미국진출도 가장 활발한 시기는 아니다. 몇 년 전 촬영 현장에서 심 감독은 열정적이었다. 그 열정이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 실패를 보며 성공은 과거와 결별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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