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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김으로 피어 오르는 어머니의 맛

김석하/사회부장

조리시 김 배출하기 위한
식당 후드 설치 의무화는
한국 음식문화 모르는 발상


#요즘 돈가스가 바싹바싹한 데 비해 옛날 '경양식집 돈가스'는 축축했다. 묽은 소스가 고기 위에 흥건히 뿌려져 나왔다. 국.찌개.탕으로 대표되는 한식은 '습한 음식'이었고 따라서 돈가스도 물기가 있어야 한다고 (당시에는)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아도 나오던 수프는 메마른 서양식을 먹기 전 목을 축이는 국에 해당됐다. 이후 햄버거.피자.프라이드 치킨이 크게 유행하면서 우리 입맛도 어느 순간 물기없는 건조한 서양식에 익숙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 사람은 음식다운 음식에는 국물이 곁들여 져야 한다고 믿는다. 큼지막한 햄버거를 방금 먹어도 "그 게 밥이 되겠냐 뜨거운 국에 밥 한 술 먹어야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어머니의 맛'은 사실 냄새에 근거한다. 냄새를 느끼는 후각세포는 코 깊숙히 뇌하고 아주 가까운 곳에 밀집해 있다. 따라서 냄새는 원초적으로 감정과 연결돼 있다.



'정재인율'이라는 것이 있다. 시간이 흘러도 정확하게 감각을 재인식하는 비율을 말한다. 냄새의 정재인율은 70% 이상으로 다른 감각보다 높다. 다시 말해 냄새를 맡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기억(재인식)하는 일이 높다.

냄새야말로 강력한 추억인자다. 어머니(추억)의 맛에는 음식 자체의 냄새에다가 그 당시 집 안의 냄새 그 지역의 냄새 계절의 냄새가 포함돼 있다. 어머니의 맛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그 종합된 냄새는 수 십년이 지나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입맛을 돋운다.

#요리는 야만에서 문화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환경이 다르면 충돌한다. 낯선 음식을 꺼려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냄새가 다르기 때문이고 음식을 먹는 방법을 몰라서다.

한식 세계화의 발목을 잡는 것은 우리의 '국물' 식문화다. 서양 사람들이 익숙한 접시 문화에도 안 맞고 싸서 들고다니기에도 불편하고 또 낯선 숟가락을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물류는 김(steam)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그 김은 냄새를 듬뿍 담고 있다.

문화에 상하 개념이 있을 수 없지만 돌덩어리 같은 빵과 말린 고기를 칼로 썰어 먹어야 했던 서구 식문화는 온갖 재료를 넣고 따뜻하게 조리한 한국의 식문화보다 열등하다. '오감(五感)'의 집합체인 요리는 '소리'까지도 담고 있어야 제 맛이다. 한식은 '지글지글(고기)'과 '보글보글(찌개)' '조물락조물락(무침)'의 소리도 담고 있다.

#LA카운티보건국이 지난 달부터 고객 테이블에서 찌개나 전골을 조리할 때 해당 테이블 위 후드(연기 흡입 장치)가 없으면 단속대상이 된다고 경고 하고 있다. 이유가 웃긴다. "음식을 끓일 경우 발생하는 김으로 인해 식당의 공기가 악화되고 옷에 냄새가 배어든다"는 소비자 불만을 접수했기 때문이란다. 뜨거운 김으로 인해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논리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지만 보건국의 이야기는 넌센스에 가깝다. 김이 공기를 악화시키는 척도를 어떻게 재는가. 또 옷에 냄새가 배는 정도는 무엇으로 판별하는가.

중식이나 일식에도 끓이는 음식이 있지만 그들은 내용물만 건져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김은 부산물로 후드로 빨아들여 없애도 그만이다. 그러나 한식은 뜨거운 김을 담은 국물 자체가 음식이다. 그 안에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어머니의 맛이 들어있다.

커뮤니티와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리의 고유 식문화를 지키지도 못하면서 세계화를 논할 수 없다. 만일 한국의 식품관련 공무원이 "속이 빨간(덜 익은) 고기는 식중독 걸릴 수 있다. 한국 내 모든 서양 음식점은 고기를 바싹 구워야 한다"라고 말했다면 무식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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