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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이기적 유전자 다스리기

[LA중앙일보] 발행 2011/04/2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4/20 20:34

이종호/논설위원

남 배려 우리의 행동
정의와 공동선 위해서라면
훈련 통해서라도 극복해야


어느 한인 대형교회. 주일이면 많은 신자들로 늘 자리가 부족하다. 아니 자리는 있지만 늦게 온 사람들이 앉을 자리가 없다. 먼저 온 사람들이 대부분 가장자리부터 차지하기 때문에 나중 온 사람들이 비집고 들어가 앉기가 불편해서다.

한인타운 주택가. 저녁이면 으레 주차전쟁이다. 그런데 앞차에 조금만 붙이면 두 대는 충분히 댈 수 있는 공간인데도 눈치없이 혼자 널찍하게 차를 대는 사람이 꼭 있다. 쇼핑몰 같은 데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차가 딱 못 댈 만큼 애매하게 두 칸에 걸쳐 주차를 한다.

그리고 할인매장 코스코. 물건을 집었다가 마음이 바뀌면 도로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아무데나 던져놓은 물건이 너무 많다. 냉동식품일 경우에는 그냥 녹아 내린다. 조금 걷기 불편하다고 슬쩍슬쩍 내팽개치고 간 탓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만 있어도 절대 하지 못 할 행동들이다. 그렇다고 누가 누구를 탓하랴. 어차피 인간이란 타고난 이기주의자인 것을.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인간이 가진 유전자는 비정한 이기주의의 진화물이다. 인간 행동에 나타나는 이기성의 원인도 유전자 속에 담긴 그런 이기적 DNA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도킨스는 이타심이란 종족 번성을 위한 또 다른 이기심의 발로라고까지 강변한다. 관용.배려.동정.연민 등의 미덕조차도 개인의 이익추구를 위한 위장된 이기심이라는 말이다.

18세기 말 '국부론'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는 이기심이야말로 인간 행동을 유발하는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힘이라고 믿었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국가의 부(富)가 창출된다는 그의 이론은 이런 인간 인식이 바탕이 됐다.

이렇듯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이라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엊그제 한국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100만부 판매기록을 세웠다. 저자인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책에서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또 공동선이란 좋은 삶이 어떤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며 그것은 시민의식과 개인의 희생 봉사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기심에 대한 답도 여기에 있다. 공동선을 방해하고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정의에 가장 반하는 것이기에 이기심은 어렵지만 극복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평소 늘 거대 담론에만 주목한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격분하고 북한의 도발에 분노한다. 한인 정치력신장에 애 태우고 소셜 네트워크의 위력을 이야기하며 북아프리카 재스민 혁명에 열 올린다. 하지만 하루하루 우리의 삶이 영향받는 것은 기실 극히 사소한 주변의 일상이다. 나와 너의 이기적인 행동 하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작은 행동 하나 고치지 못하는 우리들….

생물학적으로도 인간은 분명히 이기적 존재다. 그렇더라도 의식과 학습에 따라 얼마든지 이타적 존재가 될 수도 있게끔 우리의 유전자는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타인에 대한 작은 배려가 공동체를 지키고 궁극적으로 자신의 행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도 충분히 알만큼 영리한 게 또한 인간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훈련은 필요하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 도덕을 배운다는 것 사회규범을 익힌다는 것도 결국은 내 속의 이기심을 다스리기 위한 훈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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