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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행복지수와 비례하는 자살률

김완신/논설실장

빈부 소득격차 커질수록
상대적 박탈감도 깊어져
빈곤층에 대한 관심 필요


얼마 전에 한글을 배우는 2세들에게 우리말 속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를 설명하는 기회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냐'는 질문을 했다. 한 아이가 기발한 대답을 했다.

"사촌이 땅 산 것을 축하하기 위해 연 '빅 파티(Big Party)'에서 음식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었다. 순진한 아이에게 '질투심'과 '시기'를 설명하기가 난감해 '사촌이 땅을 사면 축하해 주어야 한다'는 말로 에둘러 끝을 맺었었다.

지난 25일 해밀턴 대학 연구팀은 미국 각 주의 행복지수와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발표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50개주 18~85세 주민들의 생활 만족도를 조사했고 자살률은 2008년도 인구센서스 자료를 인용했다. 결론은 삶의 질이 높고 부유층이 많은 주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조사에서는 행복지수가 높고 부자들이 많은 상위 10개 주 중에서 자살률 상위 10위에 속한 주가 무려 4개로 나타났다. 반면 빈곤층이 많고 행복지수가 낮은 하위 10개 주에서 자살률 상위 10위에 랭크된 주는 단 1개에 불과했다. 삶의 만족도가 1위였던 유타주의 자살률은 9위였고 삶의 질에서 45위였던 뉴욕주는 자살률 최하위를 기록했다.

'행복한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의외의 결과를 두고 학자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았다.

그중에서 가장 설득력있는 분석은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상대적 박탈감은 기대할 수 있는 가치와 성취할 수 있는 가치의 차이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말한다.

조사에 참여했던 스티븐 우 해밀턴대학 교수는 "인간은 비교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불행을 인식하지 못하고 불우한 주위 사람들을 볼 때 같이 불행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주변에 행복하고 부유한 사람들이 많을 경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비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 불우한 사람이 거주할 경우 자살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빈부격차가 크지 않았던 시절에는 자살률이 낮았으나 최근 소득차이가 한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2007년 통계를 보면 미국 내 상위 1%가 미국 총소득의 33.8%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는 2.5%에 불과하다. 또한 연간 38만달러 이상을 버는 소득 상위 1%의 지난 20년간 소득은 33%나 늘어 매년 빈부격차는 커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미국에서도 아프리카 후진국 수준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공화.민주 양당은 세금정책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공화당은 부유층에 대한 감세정책을 유지할 것을 주장하고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은 저소득층의 세금은 감면하고 고소득층의 감세정책은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미국민들은 부유층 감세에 반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CBS방송이 24일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 연소득 25만달러 이상의 가구에 부과하는 세금을 올리는 방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2%에 달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데 남이 땅을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다지 편치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하루하루의 삶이 곤궁하면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정치가 만인의 복지를 위해 존재한다면 행복한 사람들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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