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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아드님들 분발합시다"

[LA중앙일보] 발행 2011/05/02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5/01 21:21

안유회/특집부장

소수계로 차별받던 여성들
학력·취업 등 약진 두드러져
균형 사회 향해 가는 신호


십 수 년도 더 된 일이다. 한인 관광 버스를 탔을 때의 일이다. 버스가 출발하자 마자 가이드는 뜬금없이 설문조사를 했다.

"제가 가이드를 할 때마다 조사를 하나 하는데요 이 중에 따님이 관광보내 주신 분 손 좀 들어주세요. 사위가 보내주신 것도 따님으로 칩니다."

참 특이한 가이드였다.

"예 됐습니다. 그럼 아드님이 보내주신 분?"

'따님 대 아드님' 비율은 7:3 정도였다. 이 특이한 가이드는 "제가 몇 년 째 조사를 하고 있는데 대개 이 정도 비율이 나옵니다"라며 구두 설문-거수 대답 방식의 버스 안 즉석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까지 내놓았다. 결론은 "아드님들 분발하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26일 2010년 인구통계 결과가 발표됐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이 25세 이상 남녀의 학력 부분이었다.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의 누적집계에서 여성(1057만2000명)이 남성(1048만3000명)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2010년 한 해가 아니라 누적 집계에서 추월했으니 최근 석사 이상 남녀의 차이는 상당히 벌어졌을 것이다. 4년제 일반대학 누계 졸업자는 차이가 더 커서 여성이 140여만명 더 많다. 여성이 대졸자 수에서 남성을 추월한 것이 지난 1996년의 일이다.

여성이 학업이나 취업에서 남성을 추월하거나 압도하는 일은 이제 조금도 새삼스럽지 않다. 여성의 눈부신 약진을 보여주는 수치와 사례는 무수히 많다.

지인에게 들은 어떤 한국 회사의 실화다. 필기 시험을 통과한 입사 응시생 명단을 보니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회사에선 실기 시험에서는 남자들이 잘 해서 성비가 비슷해지겠지 생각했다. 웬걸. 실기 시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몇 가지 사례를 일반화할 수 없을 것이다. 여성은 여전히 소수계다. 남녀의 학력 격차에 대해 차별을 의식한 여학생들이 학업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생의 사교활동과 취미생활 시간에서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1주일에 11시간이 적었다. 여학생의 공부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다.

여성의 높은 성취는 성별 기회차별이 줄어든 환경 덕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학업이나 시험은 성차별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갑자기 잘 한다기보다 남성과 같은 여건이 마련되면서 그 동안 펼치지 못했던 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집중력이나 규칙 준수 대화능력 등 상대적으로 여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능력이 중시되는 시대라는 점도 여성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확실히 여성상승 시대다. 든든한 아들 출가외인 딸이란 방정식은 없다. 딸이 없다면 안 됐다고 말하는 시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남성과 여성이 기회와 성취 평가에서 불균형을 벗어나 균형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다시 관광회사 가이드 얘기로 돌아가 버스 안 설문조사는 의식적이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꽤 고단수의 마케팅이었다. 딸이 관광을 보내준 부모들은 '그래 딸이 좋지'하며 흐뭇하고 아들이 보내준 부모들은 '우리 아들이 다른 집 아들과는 다르지'하며 뿌듯하지 않았을까. 당연히 관광은 더욱 즐거웠을 터이다. 혹시라도 '아드님들'이 정말 분발이라도 해준다면 손님이 늘어 좋을 터이다.

그 조사가 관광 가이드의 마케팅이었다고 치자. 그래도 "아드님들 분발하자"는 결론에는 현장에서 다진 나름대로의 통찰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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