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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죽은 오사마 vs. 산 오바마

김완신/논설실장

대부호 아들이었던 빈 라덴
사살은 됐지만 '정의' 는 요원
진정한 화해·공존 모색해야


서방 지도자와 이슬람 지도자는 차이가 있다. 서방국가에서는 통치능력만 갖추면 지도자가 될 수 있지만 이슬람 지도자들은 정치인이면서 동시에 종교적 수장의 자격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3분의 1이 무슬림의 생활지침을 규정하고 있어 종교와 생활이 동일시 되기 때문이다.

미군 특수부대 작전으로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도 전세계 60여개국 알카에다 조직의 지도자이면서 과격 무슬림의 정신적 맹주 역할을 해왔다. 조직의 리더인 빈 라덴에게는 서방 정치인들에게 없는 종교적 지도자로서의 신성이 더해져 있었던 것이다.

미군은 오사마를 사살한 지 11시간 만에 아라비아해에 수장했다. 그의 시신을 인도할 국가가 없었던 것이 수장의 이유였지만 그보다는 그의 묘역이 '테러의 성지'가 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빈 라덴은 사우디 부호의 54명 자식 중 17번째로 태어났다. '사자'를 뜻하는 '오사마'라는 이름은 용기와 고결함을 상징한다. 황금동상으로 장식되고 이탈리아 카펫이 깔려 있는 대저택에서 오사마는 성장했다. 1967년 오사마의 아버지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을 때 10살이었던 그에게 남겨진 유산이 3억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부호의 아들이었던 그가 반미의 깃발을 세운 것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미군이 사우디에 주둔하면서부터다.

오사마는 "미국의 군인과 시민을 죽이는 것은 무슬림의 의무"라며 미국을 향한 지하드(성전)을 선언했다. 그는 테러를 '종교적 의무'로 선동하면서 서방세계와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고조돼 있던 이슬람권에서 폭력의 당위성을 확산시켰다. 과격 무슬림들에게 오사마는 '영혼과 자금을 지닌 무자헤딘(이슬람의 성스런 전사)'이었다.

오사마는 종종 800여년 전 유럽국가들의 십자군 원정에 맞서 이슬람 세계를 이끌었던 살라딘과 비교된다. 제3차 십자군 전쟁 당시 영국왕 리처드 1세와 싸워 대승한 인물이다.

살라딘은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가장 위대한 미덕은 자비'라며 포로들을 석방했고 기독교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묘지 파괴를 금지시켰다. 그는 단테의 '신곡'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과 함께 천국과 지옥의 중간단계인 림보에 머무는 '고결한 이교도'로 등장할 정도로 서방의 존경을 받았다.

살라딘의 현신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빈 라덴은 관용과 자비를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에 대한 미움을 '거룩한 공분'으로 미화해 수많은 인명을 살해한 테러리스트일 뿐이었다.

빈 라덴의 죽음으로 전세계 알카에다 조직은 위기를 맞고 있다. 빈 라덴 이전에 2인자급의 주요 인물들이 검거 또는 사살돼 구심점을 잃은 상황에서 조직의 붕괴 가능성도 예상된다. 그러나 그가 미국에 대항하다가 사살됐다는 사실은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정신적 결속을 강화해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사태를 가져올 수도 있다.

신학자 한스 퀑은 "종교 간의 화해없이 종교 간의 평화는 없고 종교 간의 평화없이는 세계평화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슬람이 서방을 성전의 대상으로 삼고 서방국가가 이슬람을 테러집단으로 간주하는 한 공존은 어렵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로 10년 간 이어온 테러와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하지만 이는 한 테러리스트의 죽음일 뿐 서방과 무슬림의 화해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일 빈 라덴의 사살 소식을 전하면서 '정의가 실현됐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무슬림이 생각하는 '그들의 정의'는 아직도 요원하다.

죽은 오사마와 살아있는 오바마의 싸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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