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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리 사색하는 이은미의 자연여행] 걷기 싶은 계절, 숲이 부른다!

하루 50㎞·100㎞ … 온종일 걸어도 즐거워
끝까지 완주한 아들이 장하고 자랑스러워

▷One Day Hike

지난 4월 30일, 미국 수도를 관통하는 포토맥 강변 숲 속에서는 일년에 한번 열리는 이색 행사가 있었다. 미국이 자랑하는 국립공원 C&O 내셔널 히스토릭 파크의 시발점인 조지타운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해 포토맥강 수로변을 따라 하루에 60마일(100㎞)을 걸어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하퍼스 페리(Harpers Ferry)에 이르는 행사이다. 하루에 100㎞이면 마라톤을 두 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이다. 워싱턴 디씨에서 메릴랜드, 웨스트버지니아를 거쳐 펜실베이니아의 컴버랜드까지 이어지는 180여 마일 수로의 삼분의 일을 하루에 걷는 것이다.

이것이 힘든 사람들은 중간지점에서 오전 10시에 합류해 목적지에 도착하는 노선을 선택 할 수도 있다. 나는 이제 대학 진학을 앞둔 12학년 아들과 50㎞ 장정에 도전해 함께 완주했다. 오전 10시에 화이츠 페리(Whites Ferry)를 출발한 우리 모자는 밤 11시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총 13시간을 강변길에서 보낸 것이다.

1974년 처음 시작된 이 행사에 올해에는 총 350여명이 100㎞와 50㎞에 도전했다. 참가 자격에 제한은 없으며, 그냥 하루 종일 걸을 수 있을 만큼의 체력만 있으면 된다. 내가 길을 걷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가 된 노신사는 지난해에 정년퇴직 하고 올해 처음 이 행사에 참가하였다고 한다. 그는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차근차근 걸어서 결국 목적지에서 나와 다시 합류했다. 그런가 하면, 젊은이들 중에도 발에 통증을 호소하며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처치를 받고 결국 중간에 포기를 선언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동 노선은 걷기 초보자에게도 평이하게 느껴질 만큼 평탄하고 단순한 편이다. 오른편에는 수로가, 왼편에는 포토맥강의 흐르는 길을 따라 해가 뜨고, 해가 중천에 걸리고, 해가 지고, 마침내 달이 뜨고 별이 빛나는 어둔 밤까지 내리 걷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온종일 걸을 수 있는 체력과 인내심뿐이다.

나는 중년의 나이지만, 19세 아들보다 걷는 체력이 더 좋았다. 마지막 5마일부터는 발목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하는 아들을 부축하며 수 시간 거북이걸음을 해야 했다. 내 실력대로 하자면 한 시간 반이면 걸어갈 거리를 덩치 큰 아들을 부축하며 네 시간 가까이 걸었던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아들이 장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이 행사에서 나는 삶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아들은 신체적 고통을 참고 뭔가 새로운 영역을 해 냈다는 보람을 얻었을 것이다.

▷미국의 힘, 선량한 자원봉사자들

이 행사에 참가하는 일이 내게도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우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함께 모여서 행사장으로 이동해야 하고, 밤에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누군가가 픽업을 해주러 오거나, 아니면 원래 차를 주차시킨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나는 늦게 등록을 하는 바람에 단체로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내가 이 문제를 이메일로 멤버들에게 호소하자, 생판 타인인 우리를 위해 차를 태워주겠다는 자원봉사자들이 나타나 교통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다. 아들이 중간에 신체적 고통을 호소할 때도, 자원봉사자들이 진심으로 아들의 상태를 걱정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는데, 이들의 응원 덕분에 아들은 용기를 내 끝까지 갈 수 있었다. 깜깜한 어둠 속을 손전등에 의지하여 나아갈 때, 멀리서 보이는 자원봉사자들의 깜박이는 신호는 우리에게 천사들의 신호처럼 보였다. 고통 속에서 행진을 계속하던 아들은 목적지의 등불이 깜박일 때 “사람이 얼마나 고맙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이 모여서 세운 국가, 미국. 미국은 그래서인지 낯선 사람들과 팀을 이루거나 낯선 사람들을 위해 봉사 하는 일을 매우 조직적으로 이뤄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모르는 사람들이 어울려서 팀플레이를 하는데 매우 능숙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을 이끌어나가는 대중의 힘으로 보였다.

▷One Day Hike 참가 방법

ODH가 주관하는 ‘온종일 걷기’는 일년에 딱 하루, 4월 마지막 토요일에 시행된다. 이 걷기를 위해 매년 초부터 걷기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운영을 한다. 걷기 잘하는 팀 리더와 모여 일정 거리를 걷는 것이다. 이 역시 희망자들에 한하는 것으로, 나처럼 독자적으로 평소에 걷는 사람이라면 별도의 트레이닝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가오는 6월 5일 일요일에 메릴랜드의 캐더락에서 야유회를 갖는다. 역시 포토맥 강변에 사람들이 모여서 피크닉을 즐기며 각자 걸을 수 있는 만큼 강변 산책을 하는 것이다.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이 피크닉에 참가할 수 있다.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그리고 이메일 리스트를 통해 상세한 정보를 수시로 받아볼 수 있다.

홈페이지: http://www.onedayhike.org/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OneDayHike

트위터 : http://twitter.com/#!/OneDayHike

그룹이메일: http://groups.yahoo.com/group/onedayh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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