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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보기] 쌀과 밥

3월의 일본지진이 가져온 충격이 워낙 크다보니 지난 몇번의 컬럼은 자연재난에 대해서 썼다. 오늘은 분위기를 바꿔 가볍게 먹고 사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바로 쌀이야기이다. 마침 미국의 한 연구팀이 쌀의 유전체 (게놈)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흥미롭게도 쌀의 기원까지 그 연구범위가 걸쳐있다. 수많은 쌀 변종이 오랜 기간동안 전세계로 전파되면서 그 유전체가 조금씩 변해간 것을 분석해서 비교한 큰 규모의 연구이다.

수많은 품종이 있지만 쌀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먹는 쫀득쫀득하고 윤기가 흐르는 쌀은 전세계 쌀 생산량의 10%정도를 차지하는 자포니카(Japonica, 일본종)이다. 일본이 원산지여서가 아니라 일본인이 발빠르게 연구하고 체계화했기때문에 이름을 붙일 권리도 가졌던 것이다. 소위 선행연구자의 권리이다. 만일 한국과학자가 제일 먼저 연구를 했다면 코리아나 쌀이라고 불리우고 있었을 것이다.

자포니카 쌀과 함께 세계 쌀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인디카 (Indica, 인도종)이다. 자포니카보다 그 재배량이 훨씬 커서 전세계 쌀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인들이 먹는 소위 안남미쌀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쪽 동네에서 온 동료들과 밥을 먹다보면 인식의 차이가 재미있다. 훅-불으면 날아가는 안남미는 우리에게는 정부미를 연상시키는 맛없는 쌀이다. 반면 우리의 쌀은 그들에게는 수저와 그릇에 자꾸 달라붙는 찐득거리고 귀찮은 쌀이다. 급기야는 서로 ‘우리쌀이 진짜 쌀’이라고 농담조로 우겨보기도 한다.

라이스 (Rice)라는 이름은 원래 고대 인도지방에서 부르던 이름 브리히(vrihi-s)가 그리스로, 이태리로, 프랑스와 영국으로 전해지면서 생겨난 말인데 중요한 곡식의 이름이라 그런지 대략 다 비슷하다. 한편 동양쪽으로는 같은 인도말 ‘브리히’가 벼가 되었고 ‘나바라’가 나락이란 말의 어원이며 쌀의 어원은 또 다른 고대인도어인 사리가 시라로 변형되었다가 쌀로 변한것이라는 학설이 있으니 흥미롭다.



쌀의 기원은 어디였으며 언제부터 경작되었을까? 뜻밖에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벼의 화석은 1997년 한국의 충북 청원군 소로리에서 발견되었다. 방사성탄소동위원소 측정법에 의하면 무려 1만 3천년전의 볍씨라고한다. 그 전까지는 중국 양쯔강 유역의 1만 1천년된 볍씨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 발견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쌀의 기원지로는 인도나, 태국, 중국의 양쯔강 유역이나 운남 지방이 거론되어져왔는데, 이번에 발표된 미국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쌀의 기원지는 중국의 양쯔강 유역이라고 한다. 그간 자포니카 계열은 중국에서, 인디카 계열은 인도에서 기원했다는 다중기원설과, 두 쌀이 원래는 같은 쌀에서 유래했다는 단일 기원설이 있었는데 이번의 연구는 단일 기원설과 함께 중국 기원설의 손도 들어준 셈이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쌀의 기원은 대략 8200년전이며 자포니카와 인디카는 약 3900년전에 분화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과학자들은 양쯔강 유역에서는 이미 8-9천년 전에 벼농사가 이루어진 흔적이 있는 반면 인도에서는 약 4천년전에 벼농사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해왔다. 즉 원래 중국에서 경작되기 시작한 쌀이 서서히 인도지방으로 전해지고 그곳의 야생벼와 잡종이 생기면서 인도종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충북 소로리에서 발견된 1만 3천년전의 쌀은 무엇인가? 이 쌀의 유전체는 현재 우리가 먹는 쌀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한반도에서 벼농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때의 쌀은 현재 우리가 먹는 쌀과는 다른, 지금은 사라져버린 종류의 쌀이었다는 뜻이다.

- 글 내용에 관한 문의나, 다루어졌으면 하는 소재제안은 youngchool@gmail.com으로 -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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