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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20] 가정불화의 가해자와 피해자

김완신/논설실장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해도
가족의 소중함은 영원해
'사건현장' 되는 비극 없어야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만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울하기만 하다.

샌타애나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지난 마더스데이에 말타툼 끝에 남편을 살해하고 16세 아들에게도 총격을 가해 중상을 입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의 한 고등학생은 가정 불화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동생을 중태에 빠뜨렸다. 역시 마더스데이에 일어난 사건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노모와 살던 시누이가 오빠 집을 방문했다가 부양 문제로 올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연이어 터지는 가족 불화가 가정을 달을 무색하게 한다. 갖가지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가족 간에 발생한 사건은 더욱 비극적이다. 영국의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는 '가족은 다른 무엇보다도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다'며 가정 파괴의 비극을 경고했었다.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공유하는 안락과 신뢰가 깨졌을 때 경험하는 상실감은 인내의 한계를 넘는다. 생애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한 친구를 만났다. 불체자신분으로 미국에 들어와 이혼이라는 아픈 상처를 겪었다. 직업을 구하기 힘들고 신분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자신이 속할 가정이 없다는 사실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고 친구는 얘기했다.

임상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다섯 단계로 나누고 있다. 첫 단계는 생물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공기.물.음식.수면 등에 대한 본능적 욕구다.

다음 단계로 인간은 건강.직업.재산 등의 사회적인 안전망을 추구하는 데 이 욕구가 충족되면 비로서 소속감을 찾게 된다고 한다.

매슬로는 소속감의 원천으로 가정을 꼽았다. 직장이나 단체 등에서도 유대감을 가질 수 있지만 어느 하나도 가정을 대신하지 못한다. 그는 또 가족의 사랑과 우애에 근거한 소속감이 존재할 때 네 번째 단계인 자긍심과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이 없으면 다음 단계의 욕구충족이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생리적인 욕구에서 한 단계 높은 정신적 욕구추구에 이르려면 소속감이 필요하고 그 중심에 가정이 있다.

가정의 붕괴는 부모와 자식 아내와 남편의 관계가 온전히 기능하지 못할 때 시작된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어머니는 어머니답고 자식은 자식다울 때' 비로소 가정은 바로 선다.

전통적인 가정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농경시대 가정은 노동력의 원천이었던 아버지가 중심이었고 같은 형태로 구성된 친척.친지 집단과의 공동체 성격이 강했다. 공동체의 목적은 서로 간에 친교와 위로로 갈등의 소지를 없애고 다음 세대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결혼이라는 견고한 공동체의 틀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실시된 퓨 리처치 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전시대에 비해 결혼의 필요성은 낮아졌어도 가족의 존재가 최상의 축복이라는 답은 76%로 여전히 높았다. 결혼이 갖는 결속력은 줄었지만 가족의 의미는 시대를 아우르는 변함없는 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가정 파괴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없다. 가정을 무너뜨린 가해자도 결국은 피해자 못지 않는 고통을 받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서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 바로 가정이다. 가정이라는 행복의 터전이 '사건의 현장'이 되는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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