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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립서비스 금지법' 이 필요하다

김석하/사회부장

미국 오는 본국 정치인들
장밋빛 정책 남발하지만
진정성 없는 게 큰 문제


#. "내 입술을 봐라(Read my lips)."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88년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 때 "세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약하며 했던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부시는 나중에 이 공약을 어기고 세금을 올려야 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Read my lips I lied(내 입술을 봐라 거짓말이다)'라며 조롱했다. 결국 아버지 부시는 재선에 실패했다.

올해 2월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같은 말을 했다. 연방정부의 재정지출을 삭감하겠다며 "내 입술을 봐라"라고 했다.



베이너 의장은 단상에서 내려와서 "좀 전에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걸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적 생명을 걸었던 것이다.

미국 정치권에서 '내 입술을 봐라'는 정치인이 배수진을 칠 때나 할 수 있는 위험한 수사법으로 통한다.

#. 1990년 2월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신인상은 흑인 남성 듀오 '밀리 바닐리'에게 돌아갔다. 전 해에 발표한 'Girl You Know It's True'가 큰 히트를 쳤다.

이 노래는 2년여 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와 비슷해 표절 의혹이 일었다.

서태지는 샘플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인기였다.

그러나 그래미측은 그해 11월 그들의 최우수 신인상을 전격 철회했다. 립싱크가 탄로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무명 가수가 '그들의 노래는 내가 부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난리가 났다. 심지어 그들은 앨범 제작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붕어들' 때문에 그래미 권위가 먹칠 당한 사건이었다.

#. 대한민국 국회에 '립싱크 금지법'이 상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은 지난 13일 공연에서 립싱크를 금지하고 만약 해야 할 경우 청중에게 미리 공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공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이돌이 지배하고 있던 가요계에서 최근 세시봉의 재등장과 최상급 가수들의 서바이벌 형식 공연이 크게 각광을 받자 나온 법안으로 보인다.

#. 재외선거가 다가오자 한국 국회의원들의 미국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급증해 내년 초에는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표심을 살피고 여론도 직접 듣겠다는 목적이다. 동포 간담회가 잇따른다.

문제는 그들이 공적.사적 자리에서 하는 말이 너무 뻔하다는 것이다. 우선 소속당의 '장밋빛' 해외동포 정책을 밝힌다.

그리고 동포사회의 요구를 당 지도부에 전달해 적극 반영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외선거에 대해 공부한 흔적은 별로 없다. 깊은 질문을 던지면 움찔하며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또는 '기본 원칙에는 찬성한다'고 뭉뚱그린다.

여야 의원을 가릴 것 없이 '앵무새' 수준이다. 마치 립서비스를 립싱크하는 식이다. 미국식으로 '내 입술을 봐라' 하며 정치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의원은 없다.

가수는 자기 입으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권익과 편리를 위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이 우러나오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립싱크 금지법에 이어 (정치인의) 립서비스 금지법도 만들어야 한다.

입술은 인체의 작은 기관이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먹고 마시고 애정을 표현하고 내 생각과 신념 등을 밝힌다.

오래된 속담 하나 '입술에 침이나 바르지'. 그들의 입술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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