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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투표만으로 세계적 관광지 되나

[LA중앙일보] 발행 2011/05/19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5/18 19:23

이종호/논설위원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제주도 밀어주기 투표 한창
애국심 좋지만 지나침은 곤란


화산섬 제주도는 한국에 주어진 자연의 축복이다. 산과 바다 온대와 난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은 지구상에 제주도 말고는 거의 없다지 않는가. 그것만으로도 제주도는 이미 세계적 명소가 될 자격을 가졌다.

나는 세 번 제주도를 가 봤다. 처음은 1992년 2월이었다. 이른 봄이었지만 날씨는 사나웠다. 파도가 거셌고 눈도 많이 내렸다. 한라산을 올랐다. 끝없이 이어지는 설산에서 나는 힘겹고 초라했다. 손발은 얼었고 살갗을 찌르는 바람은 바늘 같았다. 그렇게 오른 백록담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이듬해엔 친지들과 함께 갔다. 성산 일출봉 협재굴 천지연 용두암 등 전통 관광지를 돌았다. 육지에서 못보던 풍광들이 신선했고 그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마지막은 11년 뒤인 2004년 늦봄이었다. 그때 본 제주도는 인공적이었고 도회적이었다. '대장금'과 '올인'같은 드라마 촬영지가 명소가 되어 있었고 귤과 오렌지 중간쯤 되어 보이는 '한라봉'이라는 과일이 새로운 특산물로 팔리고 있었다. 뒤늦게 제주도 전역이 자연과 민속 박물관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만한 곳은 없겠구나 하는 자부심이 생겨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리고 7년이 더 흘렀다. 그동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도 등재됐고 올레길이 생기는 등 관광 콘텐트는 더욱 풍성해졌다. 중국 일본 동남아에서까지 여행객들이 몰려든다는 얘기 '다음'같은 대기업 본사가 이주해 가고 해외동포들의 역이민 정착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런 제주도가 요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뉴세븐원더스라는 스위스 단체가 뽑는 '세계 7대 자연경관'의 최종 후보지가 됐기 때문이다. 뽑히기만 하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광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 한다. 1조 3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그러니 한국에선 난리가 났다. 정운찬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투표 독려 범국민위원회도 생겼고 미주에까지 지부가 만들어졌다.

아마존 그랜드캐년 킬리만자로 등 28곳이 최종 후보지다. 이과수 폭포 베수비오 화산 하롱베이 마테호른 산도 있다. 섬으로는 제주도 외에 갈라파고스와 몰디브 아랍에미리트의 부티나군도 등 4곳이 들어있다. 그런데 지역 안배 탓인지 귀에 익은 명승지들은 의외로 보이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뭔가 찜찜해 진다. '세계 7대 자연경관'을 뽑는다는 데 누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지를 뽑았단 말인가. 주관하는 단체의 공신력은 믿을만한가. 그리고 굳이 비싼 통화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국제전화'로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어쨌든 투표는 진행되고 있고 오는 11월 11일이면 결과가 발표된다. 뜬금없는 이벤트일지언정 온 나라가 이렇게 사생결단 달려드는 마당이니 제주도는 무난히 뽑힐 것이다. 넘치는 애국심으로 5번씩 10번씩 투표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많다는데 제주도가 안 되면 어디가 될까.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끼리 이런 식으로 몰표를 쏟아부어 세계 1등이 되면 뭐하나. 정의사회를 부르짖는 책이 백만 권이나 팔린 나라라는 것이 민망하다.

요즘 서점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100대 관광지' 같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 한국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먼저 눈 돌려야 할 곳은 사실 이런 부분이다.

'세계 7대'라는 간판 치명적인 유혹이긴 하지만 억지로 얻을 만큼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정말 세계적인 자연경관이라면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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