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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뉴스] 리콜

파이어스톤의 불량 타이어로 인해 18일 현재까지 목숨을 잃은 사람은 모두 119명. 부상자도 500명이 넘는다. 그런가 하면 포드의 승용차 포커스에서 뒷바퀴 브레이크 결함이 발견돼 35만대를 리콜(recall)한다는 보도가 나와 미국 사회가 마치 ‘리콜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느낌이다.

리콜은 자동차 관련 제품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요즘은 어린이용 카시트에서 부터 자전거에 이르기까지 리콜 홍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도 리콜의 대상이 되는 게 미국이다. 이른바 ‘주민 소환’이란 제도다. 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이 ‘불량품’으로 판정되면 과감하게 소환해 정계에서 ‘퇴출’ 시킨다. 정치도 소비자 보호운동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리콜은 왜 생겨났을까. 1900년대초 쇠고기 파동이 계기가 됐다. 책 한권이 미국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정글’(The Jungle)이란 넌픽션이다.



시카고의 육류 가공 포장공장 위생시설이 불결해 이를 보다못한 어느 작가가 이를 폭로, 소비자 보호운동의 가닥이 잡힌 것이다. 연방식품의약청(FDA)이 만들어져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불량제품은 리콜, 곧 수거 조치하도록 법제화됐다.

자동차가 대중화되자 ‘레몬법’(Lemon Law)이란 것도 나왔다. 결함 투성이의 자동차는 다른 새것으로 바꿔주거나 환불해 주도록 한 규정이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 쉬쉬하는 법이 없다. 기업과 관계 당국이 즉각 발표해 인명피해를 줄인다는게 리콜의 취지다.

어떤 제품이 리콜의 대상이 되나. 소비자 보호운동의 역사와 함께 관계기관을 정리해 본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중의 한명인 업튼 싱클레어는 사회주의자 성격이 짙은 인물이다. 1906년 그가 써낸 책이 바로 ‘정글’이다. 한 리투아니아 출신 이민자의 입을 빌어 쇠고기 포장공장의 위생환경과 비리를 고발한 작품이다.

지금은 상상도못할 일이 이 공장에서 벌어졌던 모양이다. 쇠고기에 심지어 썩은 쥐고기를 섞어 포장해 소비자에게 팔았으니 이를 먹은 사람들이 온전할 리 없었다.
이같은 상황을 책으로 써내자 충격을 준 것이다. 정부는 공장폐쇄와 함께 즉각 리콜조치를 명령했으나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당시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즈벨트.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식품의약청, 곧 FDA를 발족시켰다. 미국의 리콜은 이같이 쇠고기 파동으로 시작된 것이다.
자동차에 관련한 포괄적인 안전기준이 마련된 것도 책 한권이 빌미가 됐다. 이 나라 소비자 보호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랄프 네이더가 쓴 ‘어떤 속도에서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Unsafe at Any Speed)라는 책이다.

1965년 책이 출판되자 역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이듬해 의회에서 제정된게 바로 ‘자동차 안전 규제법’이다. 기준에 어긋나는 자동차나 부품은 리콜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에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가정용품에 대한 규제와 리콜은 1972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제도화됐다. 닉슨 행정부 시절은 인플레이션이 심했다. 가격은 올라가는데 품질과 안전도는 엉망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행정부가 아닌 의회가 관련법을 제정했다. ‘소비자 안전 위원회’(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를 발족시켜 모든 가정용품의 안전도를 점검케 한 것이다.
담배 라이터와 장난감에서 부터 각종 전자제품, 잔디깎는 기계에 이르기 까지 1만5,000여종의 제품이 단속의 대상이다.
미국의 소비재 안전도는 거의 모두 이 CPSC가 관장한다. 위원장은 장관급. 임기 7년의 커미셔너는 5명이다. 임명권자는 대통령이지만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막중한 직책이다. 미국이 소비자 보호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있는가를 옅볼 수 있는 대목이다.


*리콜은 어느 기관이 하나

분야별로 취급기관이 다르다. 일반 소비제품은 CPSC. 그러나 요즘 파이어스톤 타이어 처럼 자동차와 관련된 것은 모두 국립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소관이다.

특이한 건 어린이용 카시트도 NHTSA의 규제대상이라는 점. 카시트를 자동차 액세서리가 아니라 중요 부품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카시트에도 일련번호를 매겨 당국에 등록하도록 할 방침이다.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구 따위의 리콜은 FDA가 관장한다. 그러나 포장 만큼은 CPSC가 다룬다. 어린이가 쉽게 병마개를 열어 먹게 되면 자칫 목숨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중삼중으로 안전의 그물을 쳐 놓은게 미국의 소비자 보호 제도다.
육류는 농무부의 철저한 감시대상. ‘정글’ 이후엔 아예 감독관이 공장에 상주해 품질을 체크한다.

전국의 6,500여개 공장에 7,800명의 농무부 직원이 파견돼 박테리아에 감염되거나 상하기 쉬운 제품을 발견하면 즉시 리콜을 명령한다. 가공되지 않은 육류나 닭고기는 주 경계선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FDA와 CPSC가 제품을 무작위 추출하거나 소비자 고발로 리콜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관계 당국이 일방적으로 리콜을 명령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거의 대부분 정부측의 조사결과를 수용하거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리콜을 취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소송으로 이어지는 케이스는 거의 없다.



*소비자의 권리

미국의 소비자 보호엔 리콜만 있는게 아니다. 허위·과대 광고나 라벨의 내용, 심지어 경쟁을 저해하는 비즈니스 관행도 단속의 대상이다. 이른바 ‘소비자의 4대 권리’라는게 있어 기업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는 품질에 대한 권리. 제품의 워런티와 환불 등이 이에 속한다.
1975년 의회가 워런티 규제법을 제정, 제품의 품질 보증서에 어려운 단어나 헷갈리는 말은 일절 쓰지 못하게 돼 있다.

둘째는 안전에 대한 권리. 리콜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관련 정부기관에 제품마다 안전기준을 마련해 시행토록 하고 있으며 리콜 권한과 함께 수사권도 부여하고 있다.
다음은 알 권리. 허위·과대 광고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단속 기관은 연방 공정거래위원회(FTC).

주요 규제 대상은 미끼를 던져 고객을 유혹한 다음 더 비싼 제품을 구입하도록 꼬득이는 행위(bait and switch).
마지막은 선택의 권리.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한하는 어떤 경우도 규제 대상이다. 자유경쟁, 공정경쟁을 이끌어내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독과점 못하도록 한 조치다. 불량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1890년 만들어진 독점금지법에 따라 가격담합(price fixing) 행위도 불법이다. 요즘은 대기업의 광고비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 재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경쟁에서 탈락하기 마련이어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레몬법이란]

새차의 엔진, 브레이크 등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으나 일정기간내에 수리를 못했을 경우 다른 차로 바꿔주도록 한 소비자 보호법. 1975년 의회에서 처음 제정돼 이젠 전국의 50개주가 모두 자체 레몬법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주는 새차에 결함이 발견돼 딜러에 수리 요구를 했으나 같은 고장을 4번(30일내)이 넘도록 고치지 못한 경우 이를 ‘레몬,’ 곧 불량차로 간주한다.
적용되는 워런티 기간은 1년(또는 1만2,000마일) 이내. 뉴욕과 뉴저지는 2년(또는 1만8,000마일)이다.

결함 자동차를 레몬으로 부르게 된 건 오렌지와 레몬의 차이때문이 아닌가 싶다. 손님이 레몬을 오렌지로 잘못 알고 구입, 교환과정에서 수퍼마킷 종업원과 시비가 벌어져 레몬하면 ‘하찮은 것’ 또는 ‘불량품’이란 슬랭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레몬법’은 1982년 웹스터 대사전에 올라 영어권 국가에선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용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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