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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미갈] 피보다 진한 사랑을 나눈 여인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은 이성(理性)이 아니라 사랑이다."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이 한 말이다.

진정한 사랑은 때로 이성을 마비시키고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묘한 구석이 있는가 보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아버지를 배신한 여인 피보다 진한 것이 사랑임을 보여준 여인이 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었지만 하나님과 백성 앞에서 '일그러진 영웅'이 되고만 사울의 둘째 딸 미갈이 그녀이다.

당시 이스라엘에 위협적인 존재였던 블레셋 군대와 장수 골리앗을 물리친 후 다윗은 민족적인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때부터 사울은 질투의 화신이 되어 다윗을 정적으로 여겨 제거하려 하였다. 사울은 첫째 딸 메랍을 주는 조건으로 다윗이 블레셋과 싸울 것을 제안하였다.

이는 전장에서 다윗이 싸우다가 죽게 하려는 사울의 간계였다. 그러나 다윗은 왕의 사위가 될 수 없다고 그의 제안을 겸허히 거절하였다. 이에 물러서지 않고 사울은 평소 다윗을 연모해 온 둘째 딸 미갈을 주어 그를 사위로 삼고자 하였다.



그러나 조건이 내걸렸으니 그것은 블레셋 사람들의 양피(음경의 포피) 100개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이것 또한 다윗을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죽게 하려는 사울의 술책이었다. 이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돌아온 다윗에게 사울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미갈을 주어야 했다.

다윗이 수금을 타서 번뇌케 하는 사울에게서 악령을 내 쫓으려 할 때 사울은 단창을 던져 그를 죽이려 하였다. 무사히 단창을 피한 다윗은 그 길로 도망가서 집으로 피신했지만 사울은 전령들을 풀어 그 집을 포위케 하고 아침에 그를 살해하라고 그들에게 명하였다.

여자에게는 고도의 레이더 탐지기 같은 육감이 있다 하였다. 미갈은 돌아가는 상황이 험악함을 재빨리 파악하고서 다윗을 다급하게 재촉하였다. "당신이 이 밤에 당신의 생명을 구하지 아니하면 내일에는 죽임을 당하리라." 미갈은 창문을 통해 다윗을 내려 보내 그를 야반도주시킨다. 그리고서 그녀는 침상에 다윗이 병들어 누워 있는 듯 꾸며 그를 잡으려고 집안으로 들이닥친 전령들을 혼란케 만들었다. 일종의 지연작전이었던 셈이다.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힌 나머지 제정신이 아닌 사울은 다윗이 누운 침상을 통째로 들고 오라고 전령들을 다그쳤다. 살기등등한 사울이 침상에서 발견한 것은 염소 털과 의복으로 위장된 우상이었다.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을 은근히 기대했던 딸이 오히려 자신의 최대 정적인 다윗과 함께 놀아났다는 현실을 깨닫는 순간 사울은 억장이 무너졌을 터. 사랑이 피보다 강한 순간이었다.

그 이후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한 다윗은 자신의 생명을 걸고 블레셋과 싸워 얻은 아내인 미갈과 헤어져야만 했다. 사울이 미갈을 발디에게 그의 아내로 주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사울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죽은 후 다윗은 헤브론에서 왕권을 확립하였다. 금의환향한 다윗은 사울의 강권으로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고만 그의 첫 번째 부인이자 조강지처였던 미갈을 기억하여 왕궁으로 불러들였다.

블레셋에게 빼앗긴 하나님의 궤(법궤)가 다윗 성으로 돌아오는 날 다윗이 기쁨에 취해 춤을 추자 창문으로 그 광경을 지켜본 미갈은 그것을 추태로 생각하여 그를 업신여겼다. 미갈은 집으로 돌아온 다윗에게 천한 계집종들 앞에서 체통 없이 몸을 드러내며 춤춘 것을 질타하였다. 다윗은 "이는 야훼 앞에서 한 것이라."고 응수하였다.

피보다 진한 사랑을 '물'로 만든 험악한 세월을 탓해야 할까 아니면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심정으로 야훼를 사랑하지 않은 그녀의 무심(無心)을 탓해야 할까? 미갈에게 한 번 묻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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