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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최저임금

캘리포니아주의 최저임금이 무려 1달러나 오르게 됐다. 내년부터 50센트씩 2년에 걸쳐 인상되지만 2002년엔 6달러 75센트가 돼 커네티컷과 매사추세츠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임금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번 인상은 다른 주에도 곧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전문가들은 경제적 파장이 상당히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저 임금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업소 쪽에서는 당장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 울상인 반면 노동자들은 그만큼 소득이 증가해 삶의 질이 윤택해 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최저 임금은 외형적으로는 2원화 돼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설정한 최저 임금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주정부의 임금은 들쭉 날쭉이다. 애리조나 같이 아예 최저 임금제가 없는 곳이 있는가 하면 연방정부의 선을 크게 밑도는 주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는 연방정부의 최저임금과 비슷한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저 임금이 처음으로 도입된 건 1938년. 대공황으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때 나온 법이다. 이른바 ‘공정노동기준법’(Fair Labor Standard Act)이란 것이다.

이 법의 의회통과는 법원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부터 법이란 약자의 편, 소비자 편이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이다. 법을 위해 법이 있는게 아니라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법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어떤 계기로 만들어 졌나. 시작과 과정,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살펴본다.


원래 최저 임금제는 프랭클린 루즈벨트(FDR)의 선거 공약이었다. 1933년 대통령에 취임하자 대공황을 수습하기 위한 ‘뉴딜’ 정책을 내놓았다. 뉴딜의 하일라이트가 바로 ‘국가 기업재건법’(NIRA)이다. 최저임금을 규정한 ‘공정노동기준법’은 이 속에 들어있는 조항이다.

이 법안이 발표되자 전국의 노동자들이 환호한 건 당연했다. 어느 여인은 아기를 낳자 이름을 아예 ‘니라’로 지을 정도였다.

최저 임금법은 그러나 노동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다. 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의회는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어 기업편을 든 것이다.

임금이 올라 기업의 수익이 줄어들면 오히려 실업자가 대량발생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다른 장벽은 대법원. 최저 임금제의 시행은 위헌이란 경고를 내린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계약의 자유를 침해, 위헌 판결을 내리겠다고 루즈벨트를 위협했다.

정작 최저임금제가 통과된 건 FDR의 2기 집권때.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해 어렵사리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FDR은 이와함께 대법원도 무력화 시켰다. 당시 대법원엔 70세가 넘는 고령 판사가 6명이나 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사는 종신직이어서 의회의 탄핵이나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대통령도 어쩔 수 없었다.

FDR은 이들 고령 판사마다 예비 판사를 부쳤다. 나이가 많아 언제 유고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게 이유였다. 따지고 보면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최고령 판사 한명이 굴복, 대법원은 5대 4로 FDR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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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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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의 최저임금은 25센트, 노동시간은 주 44시간, 이와함께 미성년자 취업과 남녀 차별 임금 관행을 불법화 시켰다. 전체 노동자의 5분의 1에 적용됐으니 당시로는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루즈벨트가 역사적인 최저 임금제 실시를 발표하자 기업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들을 향해 루즈벨트는 “하루 1,000달러를 벌고 있는 기업주가 노동자에게 고작 11달러를 주급으로 준다고 아우성 친다면 이는 사회윤리에 어긋난다”며 “미국경제는 이 정도로 파국을 맞을 만큼 허약하지 않다”고 질타했다.

그의 지적대로 최저 임금제가 시행되자 오히려 생산성이 크게 올라 경제가 되살아난 것이다.

이와 함께 시민운동이 일어났다. 노동법을 준수하는 업소에 ‘블루 이글’(Blue Eagle) 팻말 달아주기다. 업소주인들이 최저 임금 지불은 물론 16세 이하의 어린이는 고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손님들에게 홍보한 것이다.
전국에서 ‘블루 이글’ 업소 애용 캠페인이 벌어져 FDR의 노동정책은 쉽게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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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결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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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노동부의 임금국이 인플레이션을 감안, 산정해 낸다. 의회의 승인을 거쳐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최저임금은 1938년이후 지금까지 모두 20회에 걸쳐 인상됐다. 마지막 인상은 지난 97년. 클린턴의 서명으로 5달러 15센트가 됐다.
1달러가 된건 1956년. 거의 20년만에 센트에서 달러로 오른 것이다.

38년의 최저임금 25센트는 지금 가치로는 얼마나 될까. 고작 2달러 89센트. 가장 높았을 때는 1968년이다. 당시는 1달러 60센트였지만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7달러 49센트나 된다. 반면 가장 낮았을 때는 1948년의 40센트. 지금 기준으로 2달러 71센트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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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부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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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주정부도 연방정부 처럼 자체 최저 임금제를 마련,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규정은 주마다 다르다.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사우스 캐럴라이나, 테네시는 아예 최저 임금제가 없으며 앨라배마는 연방 최저임금에 무조건 50센트를 추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방 최저 임금인 5달러 15센트를 밑도는 주도 있다. 와이오밍은 1달러 60센트, 조지아는 3달러 25센트, 텍사스는 3달러 35센트에 불과하다.

가장 높은 곳은 커네티컷(현재 6달러 15센트, 2002년엔 6달러 70센트), 델라웨어(6달러 15센트), 워싱턴 D.C.(6달러 15센트), 매사추세츠(2001년엔 6달러 75센트), 오리건(6달러 50센트), 워싱턴(6달러 50센트).
뉴욕주는 현재 5달러 15센트. 그러나 지난 3월 31일부터 연방 최저임금이 주보다 높으면 연방규정을 따르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미국의 최저 임금은 얼핏 연방과 주정부로 2원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별 의미가 없다. 주정부의 임금이 더 높게 책정돼 있으면 주정부의 규정에 준해 지급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에 최저 임금제가 없으면 당연히 연방 규정이 적용된다.
주의 최저 임금이 연방기준보다 밑도는 건 왜 그럴까. 이것도 알고 보면 실효가 없는 것이다. 소매업소라도 인터스테이트(inter-state), 곧 주 경계선을 넘어 상거래가 이뤄지면 연방의 최저 임금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편지나 전화로 타주의 비즈니스나 고객들을 상대해도 5달러 15센트의 규정이 적용되는 것이다.

다만 이들 지역에 농장이 많기 때문에 최저 임금이 형편없이 적은 것이다. 농장에서 철따라 고용하는, 이른바 ‘계절 인부’는 연방의 최저 임금규정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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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팁 종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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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최저 임금대상이 아니다. 첫 90일 동안은 4달러 25센트. 여름방학에 준해 만들어 놓은 규정이다.
그러나 14∼15세는 규정이 까다롭다. 학기중엔 하루 3시간, 주 18시간을 넘지못한다. 주말이나 방학기간에만 하루 8시간 노동을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흔히 말썽을 빚고 있는 임금은 팁을 받는 식당이나 바 종업원에 관련한 규정. 고용주가 팁을 받는 종업원(tipped employee)으로 세무당국에 보고하면 최저 임금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시간당 2달러 13센트만 주면 되지만 팁을 포함해도 최저 임금 수준이 안되면 차액은 고용주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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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임금(Living Wage)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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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임금을 대체한 개념.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생활이 될 만큼 임금을 지불하자는 캠페인이다. 대도시 정부가 주도했지만 요즘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적용대상은 관급공사나 시정부와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의 종업원들이다.

LA시는 베니핏이 있는 경우는 시간당 7달러 39센트, 없으면 8달러 64센트를 주도록 하고 있다. 10일간의 유급 휴가도 의무조항이다. LA 카운티는 더 높아 각각 8달러 32센트와 9달러 46센트.

뉴욕 시정부는 생활임금으로 건강보험을 포함한 9달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가장 높은 임금을 지불토록 하고 있는 곳은 샌프란시스코. 건강보험과 유급휴가는 물론 병가 까지 포함해 11달러를 줘야 한다.
시카고와 쿡 카운티는 7달러 60센트, 보스턴은 8달러 42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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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벨트의 ‘두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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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2기 집권을 위한 유세기간중 루즈벨트는 매사추세츠의 어느 마을을 찾았다. 꾀죄죄한 차림의 소녀가 대통령을 만나려 했지만 경찰이 제지하자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이를 본 루즈벨트는 소녀를 불러오게 했다.

겁이 났는지 이 소녀는 종이 쪽지를 건네주곤 달아나 버렸다. 서투른 글씨였으나 루즈벨트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대통령님, 저희들을 살려주세요. 우리 공장엔 제 또래가 200명이 넘지만 주급을 4달러밖에 못받고 있어요. 온 식구가 돈을 벌고 있지만 끼니 때우기도 어려워요. 꼭 도와 주세요.”

봉제공장 아가씨였다. 수행기자들이 내용을 캐물었지만 루즈벨트는 아무 말도 안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곤 옆에 있던 노동부 장관에 이 쪽지를 건넸다. 프란시스 퍼킨스,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장관이다. 퍼킨스는 다름아닌 최저임금제 실시를 조건으로 루즈벨트 내각에 들어온 여성.

재선에 성공하자 둘은 대법원을 협박해 가며 끝내 최저 임금제를 관철시켰다. 이름 모를 어느 소녀의 쪽지 한장이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박용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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