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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정몽준 의원이 다녀간 한인교회

[LA중앙일보] 발행 2011/06/09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6/08 16:39

이종호/논설위원

한 교회에선 정치 집회 다른 교회는 조용히 맞아 교회…세속 경계는 어디?
표의 위력이 크긴 큰가 보다. 내년 재외동포 첫 투표를 앞두고 한국 정치인들의 미주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주에도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다녀갔다.

그는 LA에서만 여러 차례 강연을 했다. 그중 한인타운의 한 교회 강연이 눈에 띄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권사' 아내가 먼저 신앙간증을 했다. 이어 정 의원이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는 연설을 했다. 그래서인지 그 교회 건물 안팎에는 정 의원의 사진이 들어 있는 대형 걸개그림과 갖가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의아해 한 것이 있다. '어떻게 교회에서 그런 정치 집회를 할 수 있었을까.'

알려진 대로 정 의원은 소망교회 교인이다. 이명박 정부 권력 실세들이 대거 다닌다는 강남의 바로 그 교회다. 그는 또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 가장 돈이 많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그의 재산은 3조6700억원이나 된다. 그리고 지금은 나름대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유력 대권주자 중의 하나다. 이런 이력들이 그 교회에서의 집회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확인할 길은 없다.

이틀 뒤 일요일 정 의원은 아내와 함께 LA의 또 다른 유명 한인교회를 찾았다.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20분쯤 일찍 도착한 정 의원은 안내 교인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몇몇 사람들과는 사진도 찍었다. 함께 온 수행원의 비디오카메라는 그런 장면들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정 의원을 맞았을 법도 한 담임목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정 의원은 예배가 시작될 때까지 10여분을 그냥 기다려야 했다. 1시간의 예배가 진행됐고 예배 말미에서야 담임목사는 다른 방문자를 소개할 때와 똑같이 정 의원을 소개했다. 단지 미주 동포들이 한국을 위해 또 한국의 위정자들을 위해 늘 기도하고 있으니 좋은 정치를 해 달라는 말만 덧붙였다.

정 의원 측은 교회를 방문하기 전 2~3분 정도 인사하는 순서를 희망했었다고 한다. 어딜가나 예우받는 나름대로 비중있는 정치인으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교회의 대답은 '노(No)'였다. 어떤 사람이 와도 예배시간에 사적인 시간을 내줄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었던 것이다.

예배가 끝난 후에야 정 의원은 담임목사를 만났다. 그것도 교인들이 북적거리는 예배당 로비에서 선 채로 짧게 몇 마디 인사를 나누었을 뿐이다.

"주일이라 따로 시간을 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이렇게 예배를 드렸으니 됐지요."

"오늘 점심으로 준비된 교회 순두부가 맛있습니다. 내려가서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요."

"예 저도 순두부를 좋아합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지만 이 광경을 지켜 본 여러 교인들의 표정은 왠지 뿌듯한 자부심이 배어 있는 듯했다.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적 대형교회인 그 교회엔 이렇게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곧잘 방문한다. 하지만 예배시간에 그들이 한 번도 사적인 특별 대접을 받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교인들은 이야기한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유명인의 방문 자체가 교회 홍보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교회의 처신은 목사의 신앙관 교회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교회는 교회의 자리를 지킬 때 더 강해진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치에 관심 갖고 마케팅에 유혹당하는 순간부터 교회의 종교적 권위와 영적 파워는 반비례해서 떨어진다는 것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정몽준 의원을 맞은 두 교회를 보면서 교회가 지켜야 할 성(聖)과 속(俗)의 경계는 어디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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