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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세계가 늙어가고 있다

안유희/특집부장

10년 후면 100세 시대 진입
미리 대책 세우지 않으면
장수가 축복 아닌 재앙 될 수도


노년의 이미지는 흔히 평화로웠다. 자식 다 키우고 손자.손녀 재롱 보는 해질녘의 은은한 노을 같았다. 환갑 잔치가 동네 잔치이던 시절 인생 70은 옛부터 드물다던 때의 이야기다.

세상은 변해서 노년의 생활도 바뀌고 있다. 자식 다 결혼했다고 남의 아들 결혼식에 안 찾아가면 바보로 불리는 시대다. 손자 결혼할 때 생각해서 부지런히 다녀야 하는 시대다.

평균수명이 얼마나 늘었길래 그럴까. 한국은 2020년에 100세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도 남지 않았다. 100세 시대는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이대가 90세라는 이야기다. '여자에게 청혼해서 퇴짜를 맞으면 그 여자의 딸에게 해라'는 속담이 있다. 끈기를 강조하는 중국 속담이다. 그 정도로 길게 보고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속담이 이제는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오래 사는 개인이 증가하면서 국가와 세계는 노년층 인구 증가가 걱정이다. 유엔은 지난 3월 세계 인구가 2050년에 92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중 60세 이상은 20억명이다. 65세 이상은 2008년 5억600만명에서 2040년에는 13억명으로 증가한다. 전체 인구의 14%다. 2008년 7%인 것과 비교하면 30여년 사이에 2배가 증가하는 것이다. 10년 뒤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5세 이하 인구보다 많아진다고 한다.

'세계가 늙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 민망한 표현이긴 하지만 노인 인구 급증을 '아직 터지지 않은 폭탄'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최근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비해 인구 구성 급변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것을 경계하는 표현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높은 시기로 2020년을 꼽는다. 이 해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에 들어가는 해다. 동시에 선진국들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한편 총인구는 감소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인 쓰나미'는 전세계 국가의 연금 체계를 붕괴시키고 국민 생활 수준을 급속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실제로 1950년대 퇴직자 1명을 12명의 부양한 것에 비해 현재는 9명이 21세기 중반엔 4명이 부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소셜 시큐리티 연금은 2042년에 고갈될 위험이 있고 2030년에는 2명이 일해서 은퇴자 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최근 한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40.1%가 100세 시대를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 생각했다. 장수가 재앙인 이유는 건강(89.2%)과 생활비(76.8%) 일자리(17.7%) 때문이었다.

이제 국가나 개인이나 전인미답의 영역을 향해 가고 있다. 개인에겐 인류가 오랫동안 삶의 지혜를 축적해 온 영역 밖의 나이대다. 한국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는 자식을 키워 내보내고 부부끼리만 19.4년을 살아야 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백년해로가 수사적 표현이 아닌 현실이다. 또 국가는 국가대로 지금까지 어떤 시스템도 감당한 적이 없는 상황을 고민해야 한다.

국가의 복지 프로그램에 온전히 기댈 수 없으니 인생 2모작 3모작도 준비해야 되고 때로는 젊은이들도 힘들다는 취업에도 도전해야 되고 건강도 미리 챙겨야 한다. 이제 노후는 30대부터 준비하라는 광고가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한국의 연로한 부모님을 뵙고 온 이에게 들은 말이다. "두 분이 바닥에서 식사를 하시는 거예요. 새로 사드린 비싼 고급 식기는 아예 쓰지도 않아요. 무거워서 못 드신대요. 그런 생각은 정말 못 했어요. 좋고 비싼데 무거운 거 고르지 마세요. 힘없는 노인이 들기 쉬운 가벼운 거 사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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