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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누가 종이신문을 한물갔다 했는가

이종호/논설위원

돌아보니 나는 초등학교 5~6학년 무렵부터 신문을 읽었던 것 같다.

만화와 소설로 시작해 점점 세상읽기 사람읽기로 이어졌고 나중엔 일상의 이야깃거리까지 대부분 신문에서 찾았었다.

내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가르쳐 준 고마운 신문! 그래서 아들에게도 곧잘 신문 읽으라는 소리를 한다. 그런데 별로 호응이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새 기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현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사용자가 급증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힘들게 신문을 읽을까.

안타깝지만 도리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애가 터진다. 도대체 신문을 안 보고 어떻게 세상을 살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도 예전만큼 신문을 애지중지 하지 않게 됐다. 우선은 두꺼워진 분량이 부담스럽다. 며칠만 모으면 산더미같이 쌓여 치우기도 힘들다. 거기다 굳이 신문이 아니어도 읽고 보고 즐길 거리가 도처에 널리지 않았는가.



신문이 정보를 독점하고 신속한 사실(팩트) 전달로 영향력을 발하던 때가 있었다. 한 줄 기사를 읽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그러나 이제는 널린 게 정보다. 팩트 또한 어디서나 무료로 얻을 수 있다. 그것도 총알같이 빠르게. 그런데도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팩트를 버젓이 담아내고 더 이상 정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을 정보라며 내놓고 있는 것이 요즘의 신문이다 라고 사람들은 비판한다. 그럴 때면 신문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 더없이 아프고 부끄럽다.

얼마 전 빈 라덴 사망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준 것은 아들이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알았다는 그 시점은 놀랍게도 백악관 발표 불과 몇 분 뒤였다. 이렇게 소셜 네트워크로 세상과 빠르게 소통하고 있는 녀석에게 아버지의 한가한 신문이야기가 먹힐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신문을 안보고 어떻게 사나'라는 말은 더 이상 입밖에 내지 말고 속으로만 해야 한다. 그리고 이젠 '신문을 안 보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것도 불편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세상이 달라졌으니까. 신세대들에게 신문은 더이상 지혜 창고가 아니라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구세대의 유물이 되고 말았으니까.

또 알다시피 지금 세계의 모든 신문은 구독자 감소와 광고 위축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도무지 종이신문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1600년대 유럽에서 처음 종이신문이 등장한 이후 요즘같이 많은 양의 신문이 발행된 시대는 없었다. 여전히 신문을 찾는 사람은 건재하다는 말이다. 학자들 또한 신문의 미래를 다양하게 예측한다. 단순 뉴스의 전달은 포털이나 모바일 서비스 등으로 넘기고 종이신문은 심층 취재를 통한 해석과 관점을 제공하는 '뷰스페이퍼(viewspaper)'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그 중의 하나다.

뉴스가 아니라 관점을 담는 뷰스페이퍼 얼마나 멋진 미래인가. 그러나 이런 복잡한 추론보다 훨씬 단순한 것에 오히려 종이신문의 미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온라인 정보가 범람할수록 잡다한 뉴스가 쏟아질수록 곱씹으며 읽을 수 있는 한 꼭지 기사 무릎 치게 만드는 감동의 제목 한 줄이 바로 그것이다. 거기에 잉크 냄새를 맡아가며 종이의 질감을 음미해가며 바스락 바스락 페이지를 넘기는 아날로그의 즐거움은 또 어떻고.

종이신문이 주는 이런 오감(五感)의 기쁨은 어떤 첨단 매체로도 대체하진 못할 것이다. 당장은 쇠락해 가는듯 보이지만 종이신문의 미래가 결코 암울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록 그 믿음이 우리 세대만의 것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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