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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소녀시대' 넘어 한류시대로

[LA중앙일보] 발행 2011/06/27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6/24 23:08

안유희/특집부장

K-팝에 세계인들 열광

한국 문화 확산에 일조

타운을 한류 전진기지로


1990년. 서울 신촌엔 김덕수 사물놀이 연구소가 있었다. 이 곳에서 아는 선배가 도제식 교육을 받았다. 연구소에서는 사물놀이패와 일본 재즈 연주팀 전인권이 한 무대에 서는 등 재미있는 공연이 적지 않아 선배를 볼 겸 가끔 찾곤 했다.

연구소에서 큰 길을 건너면 서울에서 제일 큰 음반가게가 있었다. 선배와 함께 가는 필수 코스였던 이 음반점은 딱 한 명의 가수 브로마이드 사진으로 전체 벽을 둘렀다. 그 벽의 주인은 항상 서양 가수였다. 어느 날 들른 가게. 이게 웬 일인가. 벽의 주인이 바뀌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있던 '뉴 키즈 온 더 블록'은 갔다. 대신 '서태지와 아이들'이 그 넓은 매장의 사면과 기둥을 점령하고 있었다. 돌아보면 그 때가 분수령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서양 팝이 퇴조하고 한국의 팝이 부상하기 시작한 분수령.

그로부터 21년 뒤 내부에서 축적한 힘을 바탕으로 밖으로 뻗어가던 한국의 대중가요는 파리에서 'K-팝 사건'을 터트렸다. 드골공항에 몰려든 유럽 전역의 팬들 공연을 늘여달라는 시위 그들이 들고 나온 태극기와 한글 배너까지 팬들은 뜨거웠다. 10대 팬들의 괴성과 눈물(나아가 졸도)은 프랭크 시나트라 이후로 아이돌 가수의 상징이다. 공연장에서 유럽 팬들은 눈물을 흘렸다.

한국 대중음악이 파리를 점령했다는 식의 반응은 물론 오버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이끌거나 다른 문화에 끼치는 영향력에서 아직 새로운 물결이라 부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또 스포츠 엘리트주의를 연상시키는 연습생 제도나 기획 마케팅은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뉴 키즈 온 더 블록'처럼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K-팝의 가능성을 너무 낮게 볼 필요도 없다. 우선 K-팝이 일정 부분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이 아시아 미주 유럽 등 전세계라는 점이다. 아무리 미미해도 지역이 넓으면 뭔가 있는 것이다. 또 정부 지원이나 기획 마케팅의 힘을 인정하다 해도 팬들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우리가 영어가사를 외웠듯 그들도 한글 가사를 외운다. 최근 LA에서 열린 K-팝 경연대회도 그 한 예다. 규모는 파리 콘서트와 비교할 수 없지만 무대에 오른 결선 진출자들은 인종과 나이 상관없이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한국 노래를 즐겼다.

영화와 드라마 문학 등의 해외진출과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이젠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체적인 역량에서 이 정도 수준이 됐다는 의미로 보인다. 어느 물방울 하나가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그릇에 물이 차 흘러넘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꼭 '대장금'이나 '소녀시대'가 아니어도 꼭 신경숙이 아니어도 누군가 나오고 어떤 작품인가는 그릇 밖으로 넘치는 전반적인 수위상승이 아닐까.

유럽과 남미에서 뜨고 있는 K-팝과 관련한 보도에서 눈길을 끈 것이 있다. 한국에서 직접 K-팝 관련 상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현지인들이었다. 이들은 좋아하는 가수들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팬들의 뜻에 따라 한국에서 수입한 정품 만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K-팝을 포함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미국에서 어느 정도인가와 상관없이 이제는 흘러넘치는 문화의 물에 무엇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할 때인 것 같다.

몇 년 전에 식사를 하면서 영화를 보는 타인종 식당에 갔다. 그곳에선 한국영화를 틀고 있었다. 벽에 브로마이드 사진을 붙이든 아이돌 관련 상품을 팔든 한인타운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데 지금 이 순간의 한국문화와 그 인기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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