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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경기를 이기는 따뜻한 말 한마디

올해 경기가 작년만 못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한 팩토링 업체 관계자는 최근 자바시장에서 터져 나온 사기 사건을 거론하며 "누가 언제 어떻게 망할지 아무도 모르니 불안한 마음만 더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힘든 건 사업주만이 아니다. 그 사업체를 믿고 땀흘려 일하는 직원들의 불안감도 크다.

최근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머서가 작년 말 2400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는데 3명 중 한명이 '현 직장이 불만족스러워 떠날까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6년 전인 2005년 조사에서는 단지 23%에 불과했다.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각종 보너스나 베니핏 등 그동안 받아오던 혜택이 불경기로 없어진 데 따른 불만이 원인이라고 머서는 분석한다.

범위를 25~34세의 젊은 층으로 좁히면 현 직장에 만족하지 못해 떠날 생각을 하는 비율은 40%로 치솟는다. 6년 전에는 25%였다. 한창 일을 하며 성취감을 느껴야 할 이들의 상당수가 불경기에 짓눌려 마지못해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이 당장 일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건 물론 아니다. 가장 최근의 정부 통계를 보면 자의로 회사를 떠난 근로자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이번 불경기 이전에는 2%대였다. 연방 노동부가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할 수 없어 회사를 다닐 뿐이지 경기 풀리고 자리가 많아지면 떠나리라 작심한 직장인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작년 이맘때 쯤 한 후배가 타운내 한인 CPA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떠났다. 유학생 출신으로 유명 대학을 나온 그는 일자리를 잡았다며 좋아했었다. 작년 세금보고 시즌에 후배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했고 사장은 후한 보너스를 약속했다. 그러나 세금보고 시즌이 끝난 뒤 사장은 불경기를 핑계로 약속했던 보너스의 절반만 주더니 보름 동안 가족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떠났다. 알아보니 그 사장은 이런 식의 일처리로 업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뒤도 안돌아보고 짐을 싼 후배는 귀국 전날 술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사람을 쓰면 누가 한인 회사에서 일하려 하겠냐"며 목소리 높였다. "일부 회사만 그렇다"고 위로했지만 후배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이런 사례는 한인타운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특히 요즘같은 경제상황에서는 많은 월급쟁이들이 '살아남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건 사업주와 직원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사장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직원의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기 마련이다.

실적이 좋지 않거나 주제파악 못하는 직원은 이미 어느정도 정리가 됐을테니 지금까지 회사에 남아있는 직원은 회사에 필요한 직원임이 분명하다. 그런 직원에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 가식이나 핑계 변명이 아닌 진심을 담아서 말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경기가 풀려 뭔가 해보려는데 직원들이 이미 떠났다면 그보다 더 큰 낭패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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