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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는 지금<3> 캐스팅의 묘미] '해리 포터' 노래하고 춤추다

비즈니스에서 노력하지않고 성공하는 법

얼마 전 뉴욕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 이제 토니상 시상식에서 남성 안무가가 “이 기쁨을 제 남편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라는 감사인사를 하는 장면을 보게될 지도 모른다. 몇 년 새 ‘내 파트너’가 이젠 ‘남편’ 혹은 ‘아내’로 바뀌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브로드웨이는 ‘유대인’‘게이’의 천국이라고 불리워 왔다. 유대인 숫자만큼 동성애자들이 많았고, 또 HIV로 사라져간 이들도 적지 않았다. 현재 브로드웨이에 공연 중인 리바이벌 연극 ‘노멀 하트(Normal Heart)’는 바로 유대계 동성애자의 시각으로 에이즈의 공포를 그린 작품이다.

리바이벌 뮤지컬 ‘비즈니스에서 노력하지않고 성공하는 법(How to Succeed in Business Without Trying)’을 제작한 크레이그 제이단과 닐 메론은 30년 이상 동거동락해온 ‘파워’ 게이 커플이다. 할리우드에서 뮤지컬 영화 ‘시카고’‘헤어스프레이’를 제작한 이들은 지난해 브로드웨이에서 ‘프라미스, 프라미스(Promise, Promise)’를 제작해 자신감을 얻었다. 이들이 야심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뮤지컬 ‘비즈니스…’였다. 이들이 각각 뉴욕에서 자라면서 처음 본 뮤지컬이 꼭 50년 전 뉴욕에 초연된 ‘비즈니스…’였던 것이다.

‘비즈니스...’는 1960년대 뉴욕, 유리창 닦는 청년 J. 피에르폰트 핀치가 각종 술수로 대기업 WWW(World Wide Wicket)의 이사장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목은 핀치가 숭배하는 처세술 책의 제목이다. 제이단과 메론은 50년 묵은 뮤지컬을 20011년 복귀시키는데, 새로운 핀치를 필요로 했다. 제작자들을 끌어들이려면 ‘스타’가 관건이었다. 해답은 할리우드에 있었다.

이들은 마침 ‘해리 포터’ 완결편을 촬영한 후 브로드웨이 연극 ‘에쿠스’에 출연 중인 대니얼 래드클리프에 주목했다. 해리 포터가 장차 뮤지컬에 출연하려고 노래 교습을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이들은 ‘해리 포터’를 찾아갔다. 아역배우에서 진지한 연기자로 비상하기를 꿈꾸고 있던 래드클리프의 대답은 당연히 ‘Yes!’였다.



1961년 브로드웨이 초연 때 핀치 역은 로버트 모세, 95년 리바이벌 땐 매튜 브로데릭으로 모두 30대였다. 2011년의 핀치는 21세의 야심만만한 청년이다. ‘페이스북’의 억만장자 마크 저커버그(27)가 나오는 세상에 이상할 것도 없다.

해리 포터 캐스팅으로 제작자와 극장 잡는 문제가 해결됐다. ‘해리 포터’광인 10∼20대 팬들이 몰려올 것이므로 흥행도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데뷔하는 래드크래프를 받쳐줄 인물이 필요했다. WWW 회장 비글리 역엔 에미상을 5회 수상한 존 라로퀘트를 캐스팅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래드클리프와 대조적인 꺽다리의 구수한 배우도 뮤지컬은 초보였다. 여기에, 처세술 책을 읽어 내려갈 해설자를 물색했다. 95년 전설적인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가 맡았던 이 역은 CNN 앵커, 그리고 게이로 알려진 앤더슨 쿠퍼로 낙점됐다.

매일 2시간 30분씩 무대 위에서 노래와 춤을 하는 것이 보통 재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과연 래드클리프가 노래도 하고 춤도 잘 출 수 있을까? 브로드웨이 베테랑 연출자 겸 안무가인 롭 애쉬포드가 ‘해리 포터’에게 춤을 지도했다. 래드클리프는 귀엽고 호기심 많은 소년 해리 포터에서 탈피해 성공을 향해 돌진하는 기회주의자 청년으로 ‘ 정말 열심히’ 노래하고 춤을 춘다. 그의 천부적인 재능보다 진지한 노력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우라고나 할까. 이야말로 오스카 와일드가 말한 ‘진지함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이 아닐까. 하늘색 보타이를 메고 종횡무진 무대에서 뛰노는 래드클리프는 점점 핀치를 닮아간다. 해피 포터가 진짜 핀치가 되는 제 2부에서 클라이맥스에서 함께 부르는 ‘Brotherhood of Man’가 동성애자들의 주제가처럼 들린다면, 비약일까?

지난 3월 말 허쉬필드 시어터에서 초연된 ‘비즈니스...’는 토니상 리바이벌뮤지컬 작품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우리의 래드클리프는 후보에서 빠졌지만, 뜨개질을 즐기는 보스 비글리 역의 라로퀘트는 최우수 조연남우상을 거머쥐었다. 리바이벌 뮤지컬상은 캐슬린 마샬이 연출과 안무를 맡은 ‘애니싱 고우즈(Anything Goes)’에 돌아갔다. 롭 애쉬포드와 마셜은 20년 전 뉴욕에서 룸메이트였던 사이다. 티켓 $52∼$132, 알 허쉬필드시어터(302 West 45th St. 212-239-6200) howtosucceedbroadway.com.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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