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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작가 안신영] 사실적 표현의 인물화에 일상의 진실을 담는다
디자인 전공했으나 미국유학 후 창작활동 전념
보통 사람의 사는 모습 통해 기쁨과 행복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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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1/07/1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7/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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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영은 눈에 보이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조형요소를 화면 위에 구성·해체·조합하는 방법으로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역사와 사회에 대한 발언을 표현하고 있다. ‘클리킹(Clicking), 혼합재료, 24x24인치, 2011년.
안신영은 눈에 보이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조형요소를 화면 위에 구성·해체·조합하는 방법으로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역사와 사회에 대한 발언을 표현하고 있다. ‘클리킹(Clicking), 혼합재료, 24x24인치, 2011년.
작가 안신영은 196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86년 대구 효성여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1995년 미국에 유학 와 1996년부터 맨해튼에 있는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유화를 공부했고, 2001년 뉴욕미술아카데미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어 2003년에는 뉴욕예술가연맹의 지원을 받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예술인협회에서 수학했다.

안신영은 그 동안 4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70회 이상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또 다양한 전시활동을 하면서 뉴저지 예술인협회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는 ‘뉴저지 아트카운슬 어워드’ 등 30여개의 상을 받았다. 현재는 뉴저지주 클립사이드팍에서 살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안신영은 어린 시절 미술가가 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어릴 때 몸이 약했던 것 외에는 특별히 기억하는 것이 없다. 안신영은 다른 미술가들처럼 소시적부터 그림을 배우지도 않았다. 안신영은 소녀 시절 교사, 통역관, 피아니스트, 은행원 등이 되는 것을 꿈꿨다.

그렇다고 미술에 대한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늘 주위로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붓글씨를 배웠을 때는 짧은 시간 안에 능숙하게 이를 구사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또 스스로 자신의 재능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격이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을 좋아해 그림 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을 나타냈다. 세상사 다양함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었음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안신영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운명임을 깨닫는다. 다른 여러 가지를 해봤어도 본인에게 그림만큼, 미술만큼 오랫동안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격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많은 경험을 해 본 결과 나 자신이 오랫동안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그림을 그리는 일임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그림 그리는 창작활동이 운명처럼 느껴진다.”

안신영은 대학을 졸업한 뒤에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일을 10년 이상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는 작가로서 자신이 부족한 것을 배우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작 자신이 필요한 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림 실력이 늘지를 않고,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그는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 뉴욕행 비행기를 탄다. 그리고 그는 뉴욕에 와서 새로운 그림의 세계가 있음을 발견한다.

“미국에 와서 서양화를 처음 알게 됐고, 이 일(그림 그리는 일)은 평생을 배워도 모자라는 일이라는 것을 깨우쳤다. 그래서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데 더 적극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게 됐다. 나는 지금도 멀리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편법을 쓰기 보다는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도전하고 노력하고 있다. 내 경험으로 알게 된 명백한 사실은 ‘자기의 잘못된 점을 반성하지 못하고 아픔을 이겨내고 고치려 하지 않으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역사인식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미래가 보인다는 보편적 진리가 바로 인생이고 예술이다.”

안신영의 이러한 현실과 역사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시각은 그의 그림에 잘 반영돼 있다. 그가 집요하게 미술의 가장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인 사실 위주의 인물화를 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신영이 인물화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것은 그 스스로 지적하듯 ‘아마도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신영은 아트 스튜던트 리그를 다니면서 미술 기법이 완전히 다른 두 명의 스승을 만났다. 한 명은 하비 디너스타인 교수로 그는 눈에 보이는 대로만 그리는 완전한 구상파 작가. 또 한 명은 케네스 매클랜도 교수로 그는 그림을 그릴 때 느낌을 중시해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는 인상파 작가다. 그는 이들 두 명의 교수에게 수업을 받으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인물화를 그리는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안신영은 2006년 6월 어느 날 신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 마이크로소프트를 가진 빌 게이츠가 2년 뒤에 자선사업에 더 몰두하기 위해 회장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 신선한 충격에 빠진다. 그는 당시의 느낌을 이렇게 밝혔다.

“그에 대한 나쁜 평이 있든 없든 그의 큰 결단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인가? 나는 무엇을 포기해야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내가 매달리고,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고집해 오던 인물화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무의미하게 느껴졌는지 나는 그날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 신문만 들추는 날들이 계속됐다. 그러다 문득 세상엔 참으로 비극적인 사건들이 너무 많이 산재해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러한 큰 사건들에 얼마나 무관심하게 대처해 왔는지. 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이 게재된 신문을 펼쳐놓고도 손톱과 발톱을 깎는 일만 하고 있는지. 나는 보잘 것이 없고 힘없는 나를 발견하고는 스스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후에 나는 나 자신을 더 솔직하게 표현해내기 위해, 내가 제일 잘 그리던 얼굴을 뺀 손과 발만 그리는 작업을 주로 하게 됐다.”

안신영은 이러한 인물화 위주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은 매우 독창적이다. 스스로 자신의 관심과 경험을 바탕으로 특별한 재료와 과정을 통해 그림을 제작한다. 안신영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설명하자면 일단 오래 지나서 지겨워진 그림이나 새 캔버스 위에 관심 있는 신문기사 등을 풀로 붙인다. 그리고 이 붙여 놓은 화면을 보호하기 위해 안료를 여러 겹 칠한다. 그리고 그 위에 내용과 연관이 있는 보통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상의 행동들을 사실적인 기법의 유화로 그려 넣는다. 이렇게 하면 몇 십 년이 지나도 변색이 되지 않고 복사도 불가능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안신영은 “앞으로 인터넷이 더 발달해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그림들은 신문의 내용과 함께 소장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안신영은 이러한 사실적인 기법의 인물화를 통해 자신의 무능력한 자화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살면서 물질적으로 풍요한 삶을 누리면서 한편으로 큰 사건 사고 소식에 무관심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안신영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우리가 살면서 불합리한 현실과 불편한 진실에 무관심한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죄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깨닫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안신영은 그림의 소재로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보이는 모습을 택한 것도 이유가 있다. 세상 사람들의 모습은 겉으로 다양하게 비춰진다. 멀리서 보면 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화려해 보이기도, 또 평화로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인생을 가까이서 보면 나름의 애환이 서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신영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이러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입장이다.

또한 안신영은 이러한 자신의 창작활동의 궁극이 세상과 이웃을 더욱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인생이 곧 예술이라 여기기 때문에 작품활동만큼이나 현실생활을 잘 꾸려가는 일도 내겐 중요하다. 능력껏 최선을 다하지만 때론 가까운 사람들한테서 인정받기가 더 힘들다. 모든 화근의 근원은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일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큰일을 그르친다. 그림에서도 너무 세밀한 묘사에 신경 쓰다 보면 큰 느낌을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 내가 가진 능력과 기술로 더 강렬하고 아름답고 희망적인 메시지 전달 효과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더 깊은 감동을 주고 싶다.”

박종원 기자 jwpark88@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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