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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뉴스] '나는 귀족이다' 착각하는 평민들

김석하/특집부장

#. '프린스 위크엔드'. 영국 윌리엄 왕자 부부의 LA방문이 단연 화제였다. 이들은 2박3일이라는 짧은 여정에도 가는 곳마다 화제와 인파를 몰고 다니며 큰 인기를 누렸다. 공항에는 제리 브라운 주지사와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시장이 영접을 나갔다.

업소에서는 왕자 부부의 이름과 신분을 내건 다양한 프로모션 상품도 내놓았다.

할리우드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가뜩이나 많은 파파라치는 대목을 맞았다. 잘 찍은 한 컷이면 보통 직장인 연봉의 서너 배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LA경찰국은 왕자 부부 숙소 인근 교통을 통제하고 특히 파파라치로 인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하게 경비를 벌였다. '까짓 왕자 부부 2명 때문에'라는 평민적 불만이 들었지만 젊은 왕자 부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 흔히 신분 상승의 지름길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하나는 공부를 아주 잘해서 출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결혼을 잘하는 것이다.

어떤 확률이 더 높을까. 공부를 아주 잘하는 게 더 쉽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혼자의 문제다. 다른 사람과 연관될 필요가 없다. 그냥 저 혼자 열심히 그리고 잘 공부하면 된다. '싹수'만 보여준다면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제공된다.

하지만 결혼은 다르다. 상대가 있다. 사실상 배우자의 가족 친구 등 수많은 사람과 연관된다. 딱 맞아 떨어지기가 여간 쉽지 않다. 게다가 나보다 신분이 높은 가문과 인연을 맺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공부에는 풀이와 답이 있지만 결혼은 그게 아니라서 자료나 가이드가 없다. 주로 공부 쪽은 남성 이야기이고 결혼은 여성이다.

#. 결혼으로 인해 가장 높은 곳으로 수직 신분상승하는 방법은 '백마 탄 왕자'를 만나는 것이다. 온갖 동화와 만화는 왕자의 이미지를 로맨티스트로 만들었다. 왕자는 젊고 잘 생겼고 부자고 칼싸움 잘하고 고귀하고 점잖다. 남성이 지녀야 할 장점을 모두 갖춘 사람이 왕자다.

왕이 온갖 권모술수를 쓰고 비열하고 냉혹하고 폭군 또는 무능력자로 비치는데 반해 그 바로 전 단계인 왕자는 최고의 대접을 받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윌리엄 왕자의 아내 케이트 미들톤(Kate Middleton)은 이름부터 상징적이다. Middleton은 Middle Town에서 왔다. 귀족이 아닌 평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조는 대대로 탄광 광부였다. 왕자 부부는 대학에서 예술사 수업을 함께 들으며 사귀기 시작했다.

#. 우리 평민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속된 말로 목숨을 건다. 교육이 현 신분에서 탈피해 날아갈 수 있는 날개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현대에서 교육 성공은 좋은 결혼으로 이어지고 신분 상승을 이룰 개연성이 높다. 문제는 평민 부모들의 근거없는 '귀족화'다.

자식 교육에 성공하면 대단한 자부심을 갖는다. 이어 자식의 성공은 바로 자신의 성공으로 간주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성공한 자식의 결혼도 자신의 결혼으로 여긴다.

그러다 보니 자신(실제로는 자녀)보다 조금 뒤지는 타인을 '천민'으로 깔본다는 것이다. 인간 유대관계가 제한적인 이민자 사회는 더 심하다.

성공한 자녀의 결혼이 잘 성사되지 않는 이유는 평민 부모가 귀족 입맛을 부리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 전에 자녀를 왕자와 공주처럼 키우려면 '그렇게 키우면' 된다.

그들은 예의바르고 겸손하며 몸가짐이 단정하고 인문학 소양을 지녀야 하고 튼튼한 체력을 갖추도록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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