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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죽었다 깨어나야 알 수 있는 것들

김완신/논설실장

드문 경우지만 사망판정을 받았다가 소생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의학적 사망상태에서 한 특별한 체험을 전문용어로 '임사체험'이라고 한다. 영어로 'NDE(Near Death Experiance)' '근사체험'이라고도 한다. 터널을 통과하면서 빛을 느끼기도 하고 천상의 풍경이나 죽은 가족들을 보는 체험이다.

믿어지지 않는 현상이지만 이미 국제임사체험연구회와 NDE재단 등이 설립돼 죽음에서 회생한 사람들을 연구하고 있다. NDE재단은 전세계에서 2000여 명의 임사체험 사례를 확보하고 있다.

150여 건의 임사체험을 연구해 1975년 '삶 이후의 삶(Life after Life)'을 발표했던 레이몬드 무디 박사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사후 세계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생리학적으로 인간이 사망상태에 이르렀다가 다시 소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사체험을 부정하는 학자들은 외상으로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험하는 환각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 그들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이르렀을 때 어떻게 되돌아 왔을까. 임사체험의 과학적 진실과 학문적 타당성은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임사체험은 허황된 괴담일 뿐이다.

첨단의학이 밝힐 수 없는 신비의 영역으로 임사체험이 남아있지만 특이한 점은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나타난 의미있는 결과다.

죽음에서 깨어난 체험자들은 공통적으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타인를 배려하며 신의 존재를 믿는 경향이 높아졌다. 반면 죽음에 대한 공포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내과학 교실에서 심박동 정지 후 회생한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일상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비체험자의 41%에 비해 근사체험자들은 78%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는 더 커져 임사체험 8년 후 조사에서는 체험자들의 감사마음이 84%까지 높아졌다. 타인에 대한 이해심도 무경험자들에게 비해 높게 나타났다.

커네티컷 의대 교수를 역임했던 브루스 그레이스톤 박사는 자신의 연구경험을 통해 "임사체험은 다른 사람을 돕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타인을 배려하고 일상에 감사하는 태도는 모두가 지향하는 미덕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이기심과 욕심에 살 수밖에 없다. 죽음에 이르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더 많이 갖기 위해 집착한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인생의 교훈을 찾았던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도 미움과 욕심을 버리고 감사하기 위해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가슴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감사의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는 척박한 삶도 없다. 욕심을 버리라는 말도 철저히 공감하며 산다. 다만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죽음을 경험 못한 우리들이 잊고 사는 이런 것들은 아마도 '죽었다 깨어나야 알 수 있는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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