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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30년전 존슨공원의 추억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아주 오래 전 여름 우리 가족은 텍사스 존슨시티에 들른 적이 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의학 세미나가 그 도시 근방에서 있었을 것이다.

그곳에는 미국의 37대 부통령이었고 36대 대통령을 지난 바 있는 린든 배인스 존슨(LBJ)의 600에이커 목장이 있다. 유족들이 이 목장을 국가에 기증하여 국립역사공원이 됐다.

사실 존슨은 나에겐 흥미없는 대통령이었다. 케네디 암살 후 존슨 대통령이 사망한지 꽤 시간이 흘렀어도 없어지지 않는 토픽이 있었는데 LBJ가 케네디 대통령 암살계획에 관여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 것조차도 나에게 흥미를 주지 못하는 터였다. 그렇지만 존슨역사공원을 방문한 뒤 배운 것도 많았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후 그의 자서전을 읽어 봄으로써 그에 대한 예의는 갖추었다고 생각된다.

미국에는 하원의원 상원의원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이 된 사람이 4명 있다. LBJ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그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었다. LBJ의 어머니는 동네 여인들 중에 드물게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보여 준 일상의 모습에서 LBJ는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어머니는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토론과 논쟁하는 방법을 실습시켰다. LBJ도 공식 석상에서 말하는 것을 이 때 터득했다고 한다.



LBJ는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겪어 내고 만들었던 것 같다. 그는 부통령일 때 대통령이었던 케네디와 그의 집안에게 무시당하며 지냈다고 한다. 그것이 그의 숨어 있는 열등감을 건드렸을지도 모른다. 열등감이 증오로 변하고 증오가 수모를 주는 사람의 자리에 앉고 싶은 욕망과 손잡아 음모를 꾸몄을지도 모른다는 설도 있다.

열등감은 정도의 차이지만 누구에게나 있는데 심한 열등감은 병을 만들기 때문에 위험하다. 자신에게 뿐 아니라 사회를 향해서도 위험한 일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등감은 빨리 없애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남편과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평화로운 넓은 목장이었다. 펼쳐져 있는 초원에는 따가운 여름 햇살을 받으면서도 짜증부리지 않는 소나 말 들소들이 거닐고 잘 가꾸어진 보도 가장자리에는 때맞춰 온갖 꽃들이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남편은 '이렇게 자연을 사랑하던 사람이 누구를 죽일 음모를 도모할 리 없다'고 말했다. 나도 수긍이 갔고 그 의견에 동의했다. 자연을 존중하는 사람은 생명을 무시하거나 말살시키지 못한다 것에 우리는 의견을 모았다.

그 후 뜨거운 여름이 30번도 더 지났다. 그 세월 동안 깨닫게 된 것은 좋은 자연 환경 안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반드시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과 자연과 생명을 장식물로 쓰는 것은 아주 다른 삶의 태도라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아름다워 생각은 꼬리를 물고 수 십년 전 남편과 나누었던 이야기까지 갔던 것 같다. 뜨거운 햇빛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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