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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중국은 공사중·통화중·흡연중

[LA중앙일보] 발행 2011/07/14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7/13 19:15

이종호 /설위원

공산 중국의 자본주의 물결 비약 성장 이루고는 있지만 외국인 인터넷 통제는 씁쓸
대학 때 중국어 수업을 조금 들었다. 그 때 첫 시간 성조연습을 위해 처음 배운 단어가 '쭈웅 구오 구앙 따'라는 말이었다. 한자로 쓰면 中國廣大(중국광대) 즉 중국은 넓고 크다는 말이다. 최근 개인적으로 중국 윈난성(雲南省)을 다녀오면서 이 말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기회가 있었다.

서남부 변경 지역인 윈난성은 남한의 4배나 되는 넓은 땅이다.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과 국경을 맞댄 산악지대인데다 허다한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곳이어서 풍물 또한 특이하다.

최대 도시 쿤밍(昆明)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명한 리장(麗江) 대리석의 산지 따리(大理) 등의 도시가 있고 최근에는 차와 말의 교역로로 알려진 차마고도(茶馬古道)로도 익숙해진 곳이다. 열흘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곳을 여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다음 몇가지다.

첫째 '중국은 공사중'이었다. 도시에선 고층빌딩이 셀 수도 없이 세워지고 있었고 산간 벽지에도 길을 내고 넓히고 포장하는 공사가 가는 곳마다 이어지고 있었다. 덩달아 부동산 값도 급등해 쿤밍에서만 최근 몇 년새 아파트 값이 서너 배나 뛰었다고 했다.

또 하나 '중국은 통화중'이었다. 어떤 지역을 가도 이동통신 대리점이 마을의 가장 번듯한 매장이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휴대폰 없는 젊은이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산간 오지 어디에나 통신 중계탑이 세워져 있었고 도저히 통화가 되리라 믿기지 않는 첩첩산중에서도 휴대폰이 척척 터졌다.

하나만 더 들자면 '중국은 흡연중'이었다. 거리에서나 건물 안에서나 남자들은 예외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심지어 공사장 인부들도 하나같이 담배를 문 채 삽질을 하고 있었다.

저러다간 휴대폰 통화료와 담뱃값으로 버는 돈 다 써버리는 것은 아닐까 슬그머니 걱정이 될 정도였다. 동시에 소위 공산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갸우뚱해지기까지 했다.

흔히 중국인들을 돈이라면 무슨 일도 서슴지 않는 타고난 자본주의자들이라고 한다. 이는 반만년 역사를 통해 각인된 것이어서 아무리 공산주의로 체제가 바뀌었다 해도 소멸되기 힘든 민족적 기질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중국은 겉만 붉은 색으로 덧입혀진 '짝퉁 공산주의'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내가 중국에 머물던 무렵은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축하잔치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윈난성도 예외는 아니어서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웬만한 건물에는 모두 90주년 축하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함께 낫과 망치 문양의 공산당 깃발도 곳곳에 나부끼고 있어 공산당의 영향력이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요즘 중국은 웬만한 작은 도시에도 인터넷 PC방이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이용할 수가 없다. 나도 e메일이라도 확인할까 하여 몇 곳을 들렀지만 중국인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입장을 거부당했다. 중국에선 페이스북 트위터도 통제된다더니 이런 것 또한 통제의 한 부분이구나 싶었다.

"역사는 중국 공산당을 선택했으며 인민도 공산당을 선택했다. 공산당이 없으면 새로운 중국도 없다." 중국 공산당이 미래를 자신하며 내세우는 구호다. 중국인들 또한 중국 공산당의 90년 역사를 눈부시게 칭송한다. 그렇지만 아직은 멀어 보인다. 인터넷 하나 마음대로 열어두지 못하는 나라가 어떻게 미래를 운운할 수 있을까.

작은 개미구멍 하나로도 댐은 무너질 수 있다. 중국의 PC방을 뒤돌아 나오며 마주친 '열렬경축 중국공산당 성립 90주년' 플래카드가 왠지 공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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