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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역사엔 왜 전쟁이 많을까

데이비드 강/USC 한국학연구 소장

한국은 유사 이래 약 900번의 침략을 받아왔다고 한다. 이는 참으로 놀라운 수치이다. 만약 이 계산이 정확하다면 한국은 3세기 초 삼국시대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 2년마다 한 번씩 외적의 침략을 받아온 것이 된다. 하지만 이 수치는 과연 정확한 것일까?

대략 큰 전쟁만 살펴보면 우선 일본과 3번의 전쟁을 치렀다. 첫째는 660년대 일본 야마토 정권이 신라-당나라 동맹군에 맞서 싸우는 백제를 지원해 준 것이다. 둘째로는 1592~1598년에 일어난 임진왜란 마지막 세 번째는 엄밀히 따지면 전쟁은 아니지만 일본이 1910년에 한국을 식민지화 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침략은 1258년의 몽골족과 1627년과 1636년 만주의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 있었다. 요약하면 중국과 일본이 관련된 큰 전쟁이 5번 있었다. 그 밖에 여진족 왜구 등의 수많은 습격과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다.

동아시아의 전쟁사를 보면 유럽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유럽 왕국들은 흥망성쇠하거나 정복당한 이후에 사라지기도 했고 혹은 하나로 섞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일본 베트남 중국 등 동아시아는 현저하게 긴 정치단위 통치의 역사를 지녀 왔다. 이는 유럽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안정되고 적은 수의 침략을 받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현대의 시각은 한국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로 보는 것일까?



이는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주변 환경보다는 서양이나 일본의 식민지화와 결부시켜 대하는 한국인들의 정서와 연관되어 있는 것같다. 즉 19세기 유럽 열강들이 밀려오기 시작하자 한국인들은 국제관계에 대처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다.

서양 강대국들은 새로운 기술과 장비로 이루어진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군대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를 펼쳐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도 전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서구 열강에 대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동등한 단일 민족국가로 고려되기 위해서는 그들도 서양 국가들처럼 행동해야 했다.

그에 따라 역사가들은 과거에 한국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주변 국가들이 얼마나 호전적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오늘날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역사와 실제 역사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베트남인들 또한 중국과 가깝게 지냈는데 오늘날 그들은 중국과 때때로 일어났던 전쟁들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 관해서는 두 가지의 양식화된 이야기들이 있다. 서양 강대국들과 일본에게 받은 수치로 지난 몇 세기 동안의 비통함과 희생을 강조한 호전적 이야기와 한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강조한 평화로운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리고 어떤 측면의 역사가 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현재의 중국과 그들 주변국들에 대한 시선 그리고 외교정책에 대단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요컨대 역사는 과거의 일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한다 할지라도 과거에 대하여 나누는 이야기들은 오늘날 우리가 우리 자신들을 바라보는 관점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은 흔히 실제 역사와의 유사함을 조금 지니고 있기도 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우리들의 역사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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