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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극우세력들의 오만과 편견

김완신/논설실장

9.11사태 이후 테러는 항상 이슬람 세력과 연관돼 왔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서방세계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 테러예방의 목표였다.

지난 주말 노르웨이에서 70여명을 학살한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의 테러는 이같은 선입견을 바꾸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극우 기독교 원리주의자였던 브레이빅은 이슬람 이민에 관대한 노르웨이 정부에 반대해 총기를 난사했다. '21세기 광기의 십자군 전쟁'을 선포해 유럽에서 이슬람을 몰아내자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이었다.

테러리즘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잠재적 집단으로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극우주의자를 지목는데 특히 극우세력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테러연구연합(START)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미국내 극우세력은 전년에 비해 6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의 증가를 크게 앞서는 것이다.



세계가 이슬람 테러를 경계하지만 극우세력은 세계 곳곳에서 자생.확산되기 때문에 더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종교적.지리적 동질성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결속하는 반면 극우성향은 개인적 신념에서 출발해 돌출사태를 야기한다. 테러의 형태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단체를 통해 조직적으로 저지르지만 극우주의자들은 단독으로 시도한다.

이에 대해 증오 및 극단주의 범죄를 연구하는 브라이언 레빈 교수는 "극우주의자들에 의한 테러는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오클라호마주 연방청사를 폭파한 티모시 맥베이도 단독 범행이었고 노르웨이 대학살도 브레이빅의 1인 범죄다.

노르웨이 총격 테러는 극우주의자의 잠재된 위험이 표출된 충격적 사건이었지만 전문가들은 극우주의자 전체를 위험 인물로 간주하지 않는다. 다만 성격장애나 사회에 대한 분노 등이 동반될 때 언제든지 테러라는 극한의 방법으로 폭발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이같은 테러는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발생해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브레이빅의 총격 테러는 전형적인 정신병자의 범죄이다. 어떠한 이념이나 주장도 인명살상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폭력이고 만행일 뿐이다.

반이민 성향을 갖고 있는 극우주의자들은 다문화주의를 거부한다. 2008년 경기 침체가 시작된 이후 유럽에서는 극우파의 득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노르웨이 진보당은 지난 총선에서 22.9%의 지지를 받았고 덴마크 핀란드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파가 세력을 넓히고 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다문화주의 실패를 선언했다. 미국에서도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침식하는 집단으로 인식되면서 반이민법 제정이 이어지고 있다.

편협한 인종차별과 민족주의에 근거를 둔 테러를 극우주의자들은 애국심으로 포장한다. 인종과 이념이 다른 집단을 '타도해야 할 공동의 적'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범행이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다는 착각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역사학자 에리히 프롬은 극우주의자들이 갖고 있는 민족주의는 '우상숭배의 광기라고 지적했고 독일의 문호 괴테는 '문화의 수준이 가장 낮을 때 민족주의적 감정이 격렬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장 만을 고집하고 관용과 상생이 사라질 때 갈등은 고개를 든다. 더욱이 그릇된 신념이 병적인 광기와 합해질 때 가공할 참극은 초래된다. 다문화주의를 거부하는 극단의 편견들이 제어되지 않는 세상에 평화는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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