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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리엔 음악적인 잠재성이 있죠"

연극 '태엽감는 새 연대기' 작곡가로 에딘버러 축제 초대
휴대전화 링톤 연주로 주목받은 실험음악의 '무서운 아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훌륭하고, 복잡하고 거대한 장치가 빈틈없이 세계를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사실은 태엽감는 새가 여러장소로 가서 곳곳마다 조금씩 조그마한 태엽을 감아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 -‘태엽감는 새 연대기’ 중에서-

휴대전화 연주로 주목을 받았던 뉴욕의 실험음악가 보라 윤(31)이 8월 영국에서 열리는 에딘버러축제에서 공연한다. 윤씨는 20일부터 24일까지 에딘버러 킹스시어터에서 열릴 멀티미디어 연극 ‘태엽감는 새 연대기(The Wind-Up Bird Chronicle)’의 작곡을 맡아 ‘원 우먼 오케스트라’로 연주한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상실의 시대’‘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근작 ‘IQ84’까지 일본의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무대로 옮긴 ‘태엽감는…’에서 윤씨는 무라카미의 세계를 사운드로 포착하고 있다. 윤씨는 2시간에 달하는 공연 내내 홀로 오케스트라 핏에서 10여가지 악기와 비관습적인 물체로 연주할 예정이다. 지난 7월 초부터 유럽에 머물고 있는 윤씨와 E-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 날씨처럼 미묘한 작품



-이전에 무라카미의 작품을 읽었나.

“내겐 첫 무라카미 소설이었다. 하지만, 극본을 연구하면서 곧 하루키에 중독이 됐다. 그후로 ‘해변의 카프카’‘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을 읽었고, 얼마 전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끝냈다.”

-‘태엽…’에서 매료된 점은.

“변신, 직관력, 그리고 보이는 힘에 관한 매우 아름답고, 복잡하며, 훌륭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무라카미는 무형의 상태를 본능적이고, 매혹적인 방법으로 놀랍도록 잘 묘사하고 있다.”

-무라카미의 에센스는 무엇일까.

“그의 작품은 날씨라는 은유로 가장 잘 표현되지 않을까 싶다. 미묘하지만,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다른 분위기, 세계와 시간성을 창조하는, 변화의 동인, 그리고 독자들을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수단이라고나 할까. 그의 작품에서 내가 가장 찬미하는 점은 무라카미의 글, 이미지와 스타일이 항상 독특하게 아시아적이라는 점이다. 그는 이를 통해 이국적이라기보다는 21세기에 필요한 보편적인 진실을 창조한다.”

-음악을 어떻게 준비했나.

“대본을 읽은 후 연출자 스티븐 언하트와 극 속 인물들의 환경, 꿈의 상태 등을 이해하기위해 시각적, 연극적 레이어들에 대해 여러번 토의했다. 이 작품엔 분라쿠 인형극, 부토, 연기, 비디오, 미니어쳐 등 다양한 장치가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속한 세계의 어휘가 정해지자 인물과 환경을 어떤 멜로디와 악기, 사운드와 주제로 가장 잘 의인화할 것인가에 관해 연구했다.”

-무라카미는 젊어서 재즈 카페를 경영했고, 널리 알려진 음악광이다. 소설 첫장에서 주인공은 로시니 오페라 ‘도둑까치’의 서곡을 들으면서 스파게티를 만든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무엇보다도 기술적인 것이었다. 비디오, 조명, 연기, 인형극, 사운드디자인 등의 수많은 레이어들이 깔려서 각 장면을 어떻게 가장 잘 음악적으로 공헌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무라카미는 음악광이지만, 내가 각 인물, 내러티브와 전체 이야기의 에센스를 잘 조응할 수 있다면, 결국 잘될 것이라고 믿었다. 내 업무는 뮤지션이자 작곡가로서 될 수 있는한 예민하게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의인화하는 것이다. 재미난 일은 음악이 잘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잘 못되면 모두가 알아차린다는 점이다. 음악은 매우 미묘하고, 역동적이지만, 영화와 내러티브를 최우선으로 만족시켜야 한다.”

-어떤 악기를 연주하나.

“고대의 티벳산 싱잉 보울, 내 목소리, 비올라, 스틸 드럼, 피아노, 바이브라폰, 비닐, 축음기, 라디오, 워키토키, 메트로놈(*악곡의 속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박절기(拍節器), 그리고 차임 등이다.”

◆ 어떤 소리도 음악이 된다

-유럽엔 왜 갔나.

“폴란드 단찌히 인근 소포트에서 열리는 제 7회 월드컬처 페스티벌에서 루크 뒤부아(*퍼포머, 작곡가)와 공연하러 왔다. 지금은 쥐리히에서 다음 레코드 ‘침몰한 성당(Sunken Cathedral)’을 준비하는 중이다. 로리 앤더슨, 아르토 린제이 등의 음반을 제작한 스위스계 미국인 피터 세어러가 내 음반을 제작한다.”

-뉴욕에서 작업할 수는 없었나.

“뉴욕은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시장과 미팅 등의 측면에선 정말 훌륭한 도시다. 하지만, 무언가 특별한 것을 창작하고, 깊이 들어가는데는 뉴욕이 아마도 최악의 도시일 것이다. 왜냐하면 뉴욕엔 무척 많은 일이 진행 중이라 주의가 분산되며,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돌아가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작업은 따로 떨어져있고, 어느 정도 공간이 필요하다. 뉴욕에선 불가능하다. 때문에 난 일년 중 반은 뉴욕에서 반은 다른 곳에서 보내고 있다!”

-음악의 여정이 다양하다. 어떻게 진화해왔나.

“전형적인 한인 자녀처럼 나도 피아노와 스즈키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이후 교회와 학교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걸 진정 즐기게 됐다. 이후엔 영화음악, 뮤지컬에 흥미를 느꼈다가 팝음악으로 갔고, 그후엔 포크와 대안음악으로 관심이 이어졌다. 대학시절 기타를 잡고 노래를 작곡했으며, 클래식음악을 공부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동시에 클래식 작곡가로 활동한 셈이다. 뉴욕에 온 이후엔 두 가지를 통합하기 위해 내 자신이 전자음악과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곡을 쓰며 연주하는 작곡가 겸 퍼포머가 됐다.”

-실험음악에 심취하게 된 동기는.

“오래 전 클래식 음악을 발견한 후 진화하게 된 것이다. 아무런 참조문헌 없이 완벽한 음조를 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음악적인 잠재성이 있는 소음/사운드/음악의 세계를 보게된 것이다. 말하자면 ‘무엇이든(ANYTHING)’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사운드를 어느 정도 길게 유지하거나, 하모니 옆에 놓는다면, 그것이 음악의 열쇠다. 그래서 셀혼을 키보드처럼 보게 됐고, 음악을 창작할 수 있었던 셈이다.”

-휴대전화의 링톤을 악기로 발견한 순간은.

“2005∼6년 즈음, 지하철 안에서 내 휴대전화의 선호 키패드 세팅을 조절하는데 1-2-3로 치니 도-레-미처럼 들렸다. 그리곤 사람들의 핸드폰 번호(123-456-7890)가 음악적인 사고, 혹은 멜로디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운드가 매혹적이면서 흥미로웠다. 그래서 내 전자악기와 피아노 페달과 함께 사용한 후 더 큰 음악적인 아이디어가 되는가 보기위해 만든 것이 링톤 곡 ‘플링코(PLINKO)다.”

-사용한 핸드폰 모델은.

“삼성 e105, u740, 블랙베리, 아이폰 등이다. 내게 매력적인 사운드가 있는 것만 보관하고, 나머지는 교환했다.”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무지 많다. 여러가지 물이 내는 소리, 유리컵에서 나오는 소리들, 와인 글래스를 닦는 소리, 냉동된 유리컵에서 나는 소리, 그리고 사과를 처음 깨무는 소리 등등..”

-싫어하는 소리는.

“어떤 소리도 싫어하지는 않는다. 모든 소리는 장소와 이 세상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라 윤은

시카고 인근에서 태어나 16세에 작곡을 시작, 이타카대학교에서 작곡과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재학 중 존 레논 작곡경연대회와 빌보드송콘테스트에 입상했다. 2003년 자작곡의 포크앨범 ’포로시니엄‘ 등을 냈으며, 이듬해 뉴욕으로 이주해 다운타운 클럽에서 링컨센터·카네기홀·구겐하임뮤지엄 등지에서 연주해왔다.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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