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오픈 업] 임산부 항암치료의 딜레마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산모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태아를 죽이는 항암 치료는 타당한가.

백의의 천사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던 친구는 나보다 2년 먼저 수술방 간호사로 직업 전선에 들어갔다.

공부도 하기 싫고 마음도 싱숭 생숭했던 어느 날 이 친구랑 다방에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친구가 불현듯 말했다.

"세상은 참 불공평해. 그거 알어? 오늘 수술방에서 있었던 일이야. 한 수술실에서는 임신중절 수술을 하고 있었고 그 옆 수술실에서는 임신하고 싶어서 막힌 나팔관을 자르고 다시 이어주는 수술을 하더라. 삶의 톱니가 약간만 어긋났었더라면 세상은 완벽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이가 싫어 낙태하는 사람은 나팔관이 막혀 임신이 안되서 좋고 아이를 갖고 싶은 여인은 임신에 지장이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낙태란 아무 감정과 생각 없이 몸의 혹을 제거하는 정도의 일로 보기가 쉽다.

여러 해 전 어느 피정에서 사춘기 때 문제를 일으키는 아들을 가진 어느 어머니를 상담해 주신 신부님의 경험을 들었다. 그 신부님은 문제아인 아들도 상담하셨다고 했다.

아들이 문제아가 된 이유조차 어머니는 알지 못했다. 상담중 이 아들의 어머니가 아들을 어떻게 낳게 됐는지를 말했고 그 여인이 흔히 주위 사람들에게 "지워버리려던 아들이야" 하면서 아들을 소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흔히 그러기 쉽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인이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 것은 지우지 않고 낳고 보니 든든하고 사랑스런 아들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숨은 마음을 알지 못하던 아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인생을 비관하며 삶의 가치를 잃고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신부님은 그 어머니에게 사과도 아니고 애걸도 아닌 선언을 가르쳤다. "그 때 엄마가 지우려고 했던 배 안에 있었던 '그것'이 너라는 것을 몰랐다"라고.

지난 두 주 동안 자궁 경부암에 걸린 30대의 여인과 유방암 3기인 역시 늦은 30대의 여인 두 명을 놓고 암 전문의들은 괴로운 의논을 해야 했다.

두 여인 모두 임신 중이었다. 두 여인 모두 아이를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둘 다 항암 약물을 받아야 하고 그 중 한 여인은 자궁에 방사선을 받아야 한다. 방사선을 자궁에 쪼이면 자궁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는 죽을 것이다.

이 아이가 세상에 나와 살 수 있는 능력이 될 때까지 기다려 조기분만 시킬 수는 없을까. 그렇게 한다면 여인의 완치율에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될까. 의사인 우리들이 어떻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겠는가. 컨퍼런스를 하고 있던 의사들의 표정은 고심스럽다 못해 창백했다.

이런 경우 환자는 받은 정보를 갖고 자신과 태아의 삶을 놓고 뼈아픈 씨름을 하며 결정해야 된다. 어느 정도의 플러스가 진정한 플러스인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10%가 크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정도는 잃어도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서 선택권이 없는 태아는 엄마의 선택에 따라 세상을 볼 수도 또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친구의 말대로 세상은 불공평한 것인가 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