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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근성을 더 따진다 "박스 날라 봤나" 강펀치

[LA중앙일보] 발행 2011/07/29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1/07/28 21:58

'바늘구멍' 취업현장을 가다…1.5세 기자 의류업체 도전해봤더니

예상밖 인터뷰에 당황

"너희는 삐라를 아나"
"체류 신분은 어떤가"

높아진 실업률에

대졸 등 고학력자들 몰려
일하는 것 보며 연봉 결정


LA지역 실업률이 12%다. 대학을 졸업한 한인 1.5세들의 직장 구하기도 만만치가 않다. 본지 장열(31) 기자가 LA다운타운의 한인 의류도매업체 취업 인터뷰에 도전해봤다.

26일 오후 4시. 주위의 소개로 LA다운타운에 위치한 A의류 도매업체와 인터뷰가 잡혔다. 수백개의 박스가 쌓인 창고 건물 안에 10명 정도가 일하는 오피스가 보였다. 막상 취업 인터뷰를 위해 업체 사장과 단둘이 회의실에 마주 앉으니 긴장감에 얼굴이 굳어졌다.

이 업체의 사장은 한인 1.5세로서 20대부터 일하기 시작해 20년 가까이 자바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한다. 인터뷰는 첫 인상이 중요하다. 다행히 첫 질문은 '학력'이었다. 자신 있었다.

"UCLA를 졸업했군요. 그럼 박스는 날라봤어요?"

인터뷰 전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예상외의 질문을 받자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펀치를 한 방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하면서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장은 "이 바닥은 학벌보다 근성이 생존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원 투 펀치.

"장열씨 '삐라' 알아요? 삐라를 모르는 세대는 근성이 조금 부족하던데…." 삐라는 선동성 글이 적힌 전단을 뜻하는 일본어다. 물론 '삐라'세대가 아니다.'무조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하려다 좀 더 적극성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박스 하나를 어깨 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한 두 개는 들을 만했다.

“박스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역기는 자주 들어봤습니다. 박스 나르는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무표정이던 사장이 웃기 시작했다. 뭔가 냉랭했던 인터뷰 분위기도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사장은 어떤 일을 해야하는 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박스를 나르면서 물건이 어디서 오고 한 컨테이너에는 몇 개가 실리는 지 감을 잡아요. 원단 종류, 재질,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데 1년이 걸리고 2년 정도 지나면 바이어들과 회의에 같이 참석하게 됩니다. 마케팅, 세일즈 전천후로 다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신분인지도 물었다.

"스폰서 필요해요? 신분이 안되면 회사나 그쪽이나 서로 힘들잖아요.”
'신분'이 통과되자 다시 한 번 '근성'이 강조됐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다른 데서 잘린 사람부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일을 구하러 와요. 대졸자들도 많이 오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근성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 거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질문을 던질 차례다. 봉급 수준이 궁금했다.

“일단 3개월 수습기간 동안 우리 2000달러에서 시작해 봅시다. 먼저 일하는 것 보고 3개월 후에 돈은 다시 얘기하죠.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하겠다고 하다가 2~3일이면 도망가더라고. 일단 내일부터 한번 출근해 봐요. 어디 한번 지켜 봅시다."

40분 가량 진행된 인터뷰가 끝난 후 업주에게는 '자바취업 도전기'를 쓰기 위한 인터뷰임을 알렸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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