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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따라잡기] 노이스와 그루버의 결합체 '스티브 잡스'

무르익는 사과!

"실리콘 밸리의 아버지"가 누구냐는 질문에 IT 역사가들은 주저 없이 봅 노이스 박사를 꼽는다. MIT 물리학 박사출신으로 1957년 지금의 실리콘 밸리에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터를 세웠고 이후 고든 무어와 함께 '인텔(Intel'69)'을 창업한 IT업계의 전설이다. 노이스 박사는 지식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품 또한 빼어나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연구개발을 최우선시하는 경영법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직원들을 벤처창업의 길로 이끌어준 테크월드의 진정한 리더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인텔이 존재하기까진 노이스 박사와 그 오른팔이었던 앤디 그루버 부사장 없이는 불가능 했다. 그루버는 노이스 박사 만큼 명석한 엔지니어였으나 동시에 인격적으로는 그의 대척점이었다. 천사 같은 노이스 박사와 막가파 규율부장 그루버가 존재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공포감 속에서 피땀 흘린 창조물을 끊임없이 생산했다.

스티브 잡스는 노이스와 그루버의 결합체였다. '굿 잡스'는 화려한 언변에 희망과 비젼을 이야기하는 매력 넘치는 불세출의 리더였고 '배드 잡스'는 공포의 겁박과 유치한 고집으로 똘똘 뭉친 인간말종이었다.

직원들을 상대로한 잡스의 막말 고문과 학대는 애플시절부터 유명했다. 그를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나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받은 사람만 해도 한 다스다. 최초 매킨토시 운영체제 밑그림을 그렸던 천재 프로그래머 제프 러스킨은 잡스의 학대를 이겨내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꼭 잡스 때문은 아니었지만 심약했던 러스킨은 80년대 후반 정신질환을 앓게 됐다. 약물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됐던 그는 91년 어느 날 잡스의 집을 찾아가 돌을 집어던져 수십 장의 유리창을 부숴놓고 만다. 맑은 정신에서도 구원을 잊지 못했던 것일까.



반면 잡스로부터 3번의 고용과 해고를 겪었던 홍보 전문가 앤디 커닝햄. 노스웨스턴출신의 수재 커닝햄은 매킨토시 출시를 앞두고 홍보담당으로 애플에 입성했으나 변덕쟁이 잡스에게 해고됐다. 수년이 흘러 그녀는 넥스트에서 입사와 다시 해고를 당했고 2001년 이아팟 출시를 위해 애플에 복귀했지만 또 다시 해고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하지만 최고의 경영자를 상대한 경력 덕분인지 그녀는 지금 실리콘 벨리 최고의 홍보전문회사 CXO 커뮤니케이션 CEO다.

커닝햄은 잡스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그의 곁에 있으면 참을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현실처럼 다가온다.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세상을 세번이나 바꾼 사람인데…그가 또 날 부르면 다시 찾아갈 것이다."

자아 도취적인 경영인의 이중잣대와 흑백논리는 직원들에겐 정말 참을 수 없는 고역이다. 이런 성격에 대해 정신분석가들은 스티브 잡스가 양자로 자라났기 때문이란 말을 즐겨한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길러진 자신에 대해 일그러진 자존심을 갖게 되고 사람을 믿기 어려운 상태에 빠진다는 흔한 영화 같은 이야기가 잡스에겐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실제 잡스는 14살에 자신이 양자였단 사실을 알게 됐다. 젊은 날 왜 자신이 생부모에게 버림 받았나를 놓고 몹시 고민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82년 그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자신을 버렸던 생모의 소식을 접했다. 생모는 자신을 양자로 보낸뒤 생부와 재결합해 여동생까지 뒀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자신의 운명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것인지에 대해 친구들에게 술을 먹고 토로했던 적도 있다고. 하지만 그는 넥스트를 운영하면서 생모를 대면했고 여동생 모나 심슨이 촉망받는 미국의 젊은 작가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86년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잡스는 생모가 돌아가신 것처럼 슬퍼했다. 이때부터 잡스는 가족에 대한 생각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내 자식이 아니라고 거부했던 딸 리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91년 그는 로렌 파웰이란 스탠퍼드 MBA 졸업생을 운명적으로 만난다.

잡스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연설이라면 존 F 케네디와 빌리 그래함을 뺨칠 정도로 타고난 재주꾼 잡스다. 헌데 그가 연설도중 말을 더듬질 않나 이어갈 내용을 잊어버리기까지 하면서 정신을 못 차렸다. 이유는 잡스의 연설 도우미였던 미모의 금발 대학원생 로렌 때문이었다. 잡스는 손까지 떨고 있었다.

어설프게 연설을 끝내고 자신의 차로 향하던 잡스는 갑자기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회사일을 돌보고 있어야 하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할까"란 생각을 떠올렸다고 한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로렌을 찾아낸 그는 무작정 저녁식사를 함께하자고 요청했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잡스에게 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로렌은 잡스에게 존재하지 않는 반쪽을 갖고 태어난 여자였다. 그가 갖지 못한 신중함 조용함 내면의 강인함 등. 그리고 잡스가 가장 힘든 시기에 그를 지켜준 사람이었다.

아이비리그 출신이며 스탠퍼드 MBA 소유자였던 로렌은 이미 메릴 린치 골드먼삭스 등 내로라하는 증권사의 펀드 매니저를 경험했다. 하지만 그녀는 메이저 리그보다 마이너리그를 더 원했다. 불우한 환경의 학생들을 도와 대학진학을 돕는 사회사업에 더 관심을 가졌고 잡스 처럼 채식주의자였다. 그러면서도 회사 경영에 대해 잡스만큼 성공을 위한 전략적 마인드도 갖고 있었다. 균형잡힌 시각과 지적 우아미가 그녀의 무기였고 잡스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2년 후 잡스는 첫 아들을 임신한 로렌과 결혼했다. 게다가 리사까지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천방지축 잡스에서 성숙한 패밀리맨 잡스로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었다. 넥스트와 픽사의 중첩되는 재정난으로 파산 일보직전까지 몰렸던 잡스는 인생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굿 잡스'가 상황돌파를 리드해주고 있었다. 픽사를 팔아치우려고 했지만 "좀더 버텨보라"는 조용한 조언을 해준 게 바로 로렌이었다.

결국 픽사는 95년 겨울 '토이 스토리'를 개봉하면서 잡스에게 달콤한 결실을 가져다 줬다. 실리콘 밸리의 록스타로 잡스가 부활한 순간이였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잡스의 운명은 전혀 또 다른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14년전 존 스컬리와 맞장 대결을 펼치다 쫓겨난 애플 컴퓨터 이사회의장. 똑같은 장소에 그가 초대손님으로 앉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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