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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부모에게 배운 술은 문제가 없을까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충청남도 예산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에 나는 가끔 동네 어른들이 마을 남학생들이나 친구 자제들에게 술을 권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 술잔을 받는 법이나 돌아 앉아서 마시는 예의를 가르쳤다.

나의 어린 눈에는 그 아이들이 어른 대접을 받는 듯해서 보기에 뿌듯했다. 물론 여자인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었지만…. 그리고 자라면서 나는 술에 대한 찬미나 시 구절을 많이 읽었다.

예를 들어 어느 시인이 달 밝은 밤 호수에 띄운 배에서 읊었다는 세 개의 달 얘기:하늘 위의 달 술잔 속에 비친 달 그리고 또 하나의 달은 호수에 잠긴 달이었는지 아니면 마주 앉은 여인의 눈 속에 비친 달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가장 멋진 달은 아마 술잔 속의 것이었으리라. 왜냐하면 그 술잔을 들이키면서 달과 함께 우주가 자신의 몸 속에 침잠해 들어가는 황홀함까지 경험했을 터이니.

그렇다면 옛날 한국에서처럼 부모님이나 동네 어른들이 술을 가르치면 젊은이의 장래에 술 문제가 예방될까? 이같은 질문에 대해서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심리학자 맥모리스가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정과 음주와 관련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다음의 어떤 것들이 젊은이들을 술로 이끌까? ①친구들의 압력(Peer pressure) ②유혹적인 광고나 선전(suggestive advertising) ③손 쉽게 구할 수 있음(easy access) ④가족들의 술에 대한 관대함(family support).

그녀의 실험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술에 대한 법적 제재가 심하고 적령기 이전에 술을 소지하거나 사고 팔면 무조건 형벌을 받는 미국의 워싱턴주와 음주는 정상적인 청소년의 성장과정에 속하며 다만 책임있는 행동을 위한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보는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를 비교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2002~2004 3년 간 961명의 워싱턴주 7학년 학생과 984 명의 오스트레일리아 7학년 학생과 그들의 부모를 조사했다.

모든 학생들에게는 다음 사항을 물어보았다. 어른의 지도 하에 술을 마신 횟수 그 전 해에 술을 마신 횟수 술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횟수 부모님의 술에 대한 태도 등. 놀랍게도 이미 7학년 때부터 두 그룹 사이에는 술을 마신 경험에 큰 차이가 있었다.

워싱턴주 학생의 39% 빅토리아주 학생의 59%가 이미 7학년 이전에 술을 경험했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증가했다. 9학년에 이르러는 워싱턴주 학생의 45% 빅토리아주 학생의 71%가 술을 마셨다.

부모님의 지도 아래 술 마시는 법을 배운 빅토리아주의 학생들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술을 더 많이 마셨고 그에 따른 사고나 문제도 훨씬 더 많았다. 연구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부모는 절대로 청소년에게 술을 권하지 말고 아무리 관리 감독이 가능하더라도 청소년이 술을 마실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음주 문제를 방지하는 최선의 길이다."

충남 예산의 노인들이 더 이상 주위의 청소년들에게 '옳은 술마시기'를 가르치는 대신에 '옳은 시민의 길'을 가르쳐 주시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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