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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 캐러 가는 사람들

장열/기획취재부 기자

'기삿거리'가 없어서 속이 탈 때가 있다.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다 보면 주말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그러던 중 밥을 먹다 식탁에 놓인 신문을 읽게 됐다. 금값이 사상 최초로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하면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순간 나의 왼쪽 어금니가 '금니'라는 사실이 매우 귀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금'의 가치가 궁금해졌다. 치기공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요즘 금값이 비싸니까 사람들이 금니를 꺼리는 분위기야. 지금 너처럼 금니 하고 있는 사람들은 완전 '부르주아'라니까"라고 조크를 했다.

뭔가 재미있는 기삿거리가 되겠다는 냄새가 났다. 중앙일보 광고를 뒤지니 실제 금을 사고 판다는 문구가 5~6개나 보였다.

그 중 재미있는 광고 하나를 발견했다. '사금 채취 기계 팝니다.' 곧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기계를 팔겠다는 사람은 친절하게 사금 채취하는 곳을 알려줬다. 그곳은 LA에서 동쪽으로 40마일 가량 떨어진 아주사 지역에 위치한 '이스트 포크(East Fork)' 계곡이었다. 취재원을 동원해 산 전문가를 찾았다. 직업으로 산삼을 캐는 심마니 프랭크 김씨는 "요즘 거기 가면 사금 채취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며 "때마침 산삼 캐는 시즌을 맞아 체력단련을 위해 산에 가려고 한다"며 동행취재를 허락했다.



역사적으로 이스트 포크 계곡은 1848년 캘리포니아에 불었던 '골드 러시'와 함께 금을 찾기 위해 한때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 찼었다. 하지만 금값 상승과 맞물려 이스트 포크 계곡은 지금 '제2의 골드러시'를 맞고 있다. 동료 기자들이 취재를 떠나기 전 "금 많이 캐오라"며 응원까지 해줬다.

지난달 20일 오전 10시 이스트 포크 계곡. 오전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이 사금 채취를 위해 계곡 입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부분이 취미로 온 가족 단위의 주민들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시골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다. 저마다 '대박'을 꿈꿔서인지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다.

물론 취재 때문에 사금 채취 전문가를 만나려고 5마일 이상 산속으로 들어갔다가 가파른 바위에서 미끄러지고 계곡에 수차례 빠지는 위험도 겪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재미가 있었다. 오랜만에 도시를 벗어나 북한산 계곡을 방불케 하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니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물론 마음 한구석에 '나도 사금 좀 캘 수 있겠지'라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한 몫 했지만 말이다.

지난달 22일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 실업률 평균은 9.2%다. 또 가주(11.7%)를 포함해 절반이 넘는 28개 주의 실업률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당초 발표치 1.9%보다 훨씬 낮은 0.4%였고 2분기 성장률도 시장 예상치 1.8%에 크게 못 미치는 1.3%였다.

이런 현실에서 요즘은 사람들이 '재밋거리' 찾는 게 쉽지 않다. 뭔가 '거리'를 찾는 것은 기자나 독자나 마찬가지다. 이럴 때 가족과 함께 사금채취를 빙자해서라도 무작정 자연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삶의 '재밋거리'는 의외로 가까운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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