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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금융위기는 리더십의 시험대

[LA중앙일보] 발행 2011/08/08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8/07 16:53

안유회/ 편집국 코디네이터

금융규제 완화서 비롯된
불황과 최악의 재정 위기
리더십 회복으로 이겨야


올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인사이드 잡(Inside Job)'은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지고 전세계에서 3000만 명이 직장을 잃고 5000만 명이 극빈자로 전락한다. 이들을 이렇게 만든 범인은 누구일까?"

'인사이드 잡'은 그것이 금융규제법의 완화라고 본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강력한 금융규제법을 촘촘히 짜놓았다. 하지만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규제망을 풀었다. 거의 30년간 계속된 규제 완화가 결국 금융위기로 폭발했다는 것이 '인사이드 잡'의 결론이다. 누가 규제망을 풀었을까? 영화는 월가와 의회 정부 학계의 도덕적 해이가 법적 규제를 느슨하게 했고 이것이 금융위기의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금융위기가 터지고 미국 정부는 '양적 완화'로 대응했다. 말은 거창하지만 돈을 푸는 것이다. 두 번을 그렇게 했다. 기업의 문제를 나랏돈으로 해결한 것이다. 나랏돈은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이다.

금융 규제가 강력해졌다는 말은 별로 들리지 않고 몇 년이 지났다. 기업의 빈독을 나랏돈으로 채워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전쟁은 끝나지 않고 민간 금융에서 국가 재정으로 전장만 바뀌었다. 유럽에서 터진 재정위기는 미국으로 번져 국가 파산을 막기 위해 국채 상한선을 높이는 논의가 시작됐다.

처음엔 세금 인상 등 구체적인 방법이 논의의 초점이었다. 하지만 시한이 촉박해지면서 부채 상한선 인상안의 통과 그 자체가 초점이 됐다. 마치 인상안만 통과되면 위기가 사라질 듯한 환영을 만들었다.

이 때 이미 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깊어갔다. 의회가 국가 파산이라는 미증유의 위기 앞에서도 국가 이익보다는 당의 이익을 우선하며 정치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인상안은 통과됐지만 국민들의 불신은 현실로 나타났다. 미국의 재정위기에 가려졌던 유럽의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졌고 주가는 4일 하루에만 512포인트가 곤두박질쳤다. 2차 금융위기 더블딥 같은 불길한 단어들이 횡행하는데 양적완화 얘기가 또 나온다. 또 돈을 푸는 3차 양적 완화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5일 뉴욕타임스는 국민들의 의회 불신이 사상 최고인 82%에 이른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전장은 이제 금융위기에서 재정위기를 거쳐 리더십 위기로 치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원유 수송선은 중력의 영향을 받을 정도로 거대하다. 그래서 원유를 싣는 내부는 몇 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칸을 나누지 않으면 거대한 양의 원유가 파도에 한 몸으로 흔들려 배를 기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하나로 묶은 금융은 칸을 나누지 않은 원유 수송선처럼 요동치고 있다. 모든 배를 하나로 묶게 하는 연환계에 걸려 화공 한 번에 적벽대전에서 재로 변한 조조의 거대한 해군 전단처럼 세계 금융계는 불타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은 그 불을 끄기는 커녕 오히려 그 불이 옮겨붙은 형국이다.

금융규제 완화가 냉전에서 미국이 옛 소련에 승리하는 시점에 시작됐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외부의 적이 사라지고 유일 강대국이 이후 적과 싸우기 위해 유지되던 긴장감과 건강성이 느슨해진 것은 아닐까?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패배가 시작된다는 격언 제국은 내부에서 무너진다는 격언은 유용하다.

현재 미국에게 냉전시대만큼 긴장감을 주는 적은 없다. 러시아는 아직 예전의 힘을 갖지 못 했고 중국은 미국의 경쟁자까지 육박하지 못 했다. 남은 것은 스스로 긴장감을 갖고 리더십을 회복할 수 밖에 없다. 금융위기는 미국 엘리트의 리더십을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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