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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신용등급 강등, 누구의 책임인가

김 완 신/ 논설실장

경제위기 해결책 찾기보다
책임 전가에 몰두하는 정치권
그럴수록 국민 고통만 커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경제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신용등급 하락은 미국 채권을 사는 투자자들이 원금회수를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여 단계로 분류된 신용등급에서 AAA와 AA+는 큰 차이가 없지만 반세기 넘게 최고의 등급을 지켜 온 미국의 '신용 추락'이라는 점에서 파급효과는 크다.

9일 반등하기는 했지만 지난 월요일에는 다우존스 지수가 634포인트 폭락해 '블랙 먼데이'를 재연했다. 한국에서도 증시가 주저 앉았고 외환보유액의 3분의 2를 미 국채 등 달러화 자산으로 갖고 있는 중국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또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비교적 우수한 신용상태를 보였던 국가들의 후속 강등도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발표되자 정계.경제계 학계 그리고 S&P는 연일 날선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하락한 등급을 복귀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일 텐데 그보다는 책임소재와 판정의 적합성에 대한 논란이 더 뜨겁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 "신용평가사가 어떤 결정을 하든 미국은 AAA등급의 국가다"며 S&P의 결정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연방재무부도 '강등의 근거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전 부실채권을 남발했던 금융회사에 AAA등급을 주었던 S&P의 평가기준을 '신용할 수 없다'며 맹공을 퍼부었고 일부 학자들은 신용평가사의 무용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오바마는 등급 하락의 이유가 정책과 플랜의 잘못이 아니라 '워싱턴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부채한도 증액협상 통과 때 발목을 잡았던 공화당을 겨냥했다. S&P도 강등은 미국의 부채상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부채한도 조정과정에서의 불협화음과 효과적인지 못한 정치권의 대응을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등급하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CBS방송은 책임소재를 놓고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대통령의 책임은 22%(8일 오후 기준) 공화당과 민주당의 잘못은 각각 29%와 5%로 나타났다. 그러나 41%에 이르는 응답자들은 대통령과 공화.민주당 모두의 잘못이라며 정치권의 무능을 질타했다. 설문에 참여했던 한 남성은 "지금의 경제 위기는 어느 한 부분의 잘못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며 "정치적 이득에만 몰두하는 공화 민주당과 이를 조율하지 못하는 통치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경제구조의 변혁을 가져올 거시 정책을 수립할 만한 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해결책은 요원해 보인다. 부실재정에서 비롯된 경제난관을 극복할 자금도 바닥이 난 실정이다. 미국에 기반을 둔 회사가 미국경제를 향해 칼날을 겨누었고 그 칼날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세계경제를 요동치게 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정부의 채무를 줄일 획기적인 방안없이는 향후 몇년간 하락한 등급이 복귀되기 힘들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으레 등장하는 것이 '허리 띠를 졸라매고 각자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는 낡고 진부해진 이 구호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구조적 틀에서 흔들리고 있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찾기까지는 또 다시 부질없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계속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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