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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임신부 암환자의 선택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지난 번 '임신부 항암치료의 딜레마'라는 제목으로 썼던 글을 읽고 몇몇 주위 친지들이 어떻게 결말이 났느냐고 물어왔다. 내가 그 환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고심을 했다고들 했다. 또 내가 엄마가 아니고 엄마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라면 무엇을 원했을까 생각도 해 보았다고 했다.

그 글을 못 읽으신 분들을 위해 요약하면 자궁 경부암에 걸린 임신부와 3기 유방암 진단을 받은 임신부 환자의 어려운 처지에 관한 글이었다. 이 두 질병의 항암 치료는 수술 외에도 약물치료와 방사선 치료 또는 두 가지 또는 세 가지 모두 합친 치료를 의미한다.

임신으로 인한 체내의 호르몬 밸런스의 변화가 유방이나 자궁의 암세포를 더 빨리 자라게 한다는 증명은 없지만 암 진단은 주변 모든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고 한시라도 빨리 치료에 들어가고 싶게 만든다.

유방암에 걸린 여인의 경우부터 다시 생각해 본다. 그 여인은 임신 중반에 접어들고 있었는데 유방의 암 덩어리와 유방 크기를 비교했을 때 암만 떼어내고 남은 유방을 지키기에는 비례적으로 맞지 않았고 이미 겨드랑이로 전이된 상태였다. 유방 자체를 치료하는 일과 전이를 예방하기 위한 두 개의 커다란 과제가 있는 환자였다. 그러나 이 병으로 생명을 잃을 확률은 낮지 않다.



한 가지 방법은 유방 전체와 임파선들을 절제하고 산달을 기다려 아이를 낳은 후 항암치료를 받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수술을 미루고 우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암 덩어리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암이 충분히 줄면 유방 전체를 절제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아이도 배 안에서 엄마와 함께 항암제를 받는 격이 된다.

이 모든 치료를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미룬다면 여인의 생명에는 지장이 있을까. 여인이 힘들어도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또 다른 여인 즉 자궁암에 걸린 환자의 경우는 유방암 환자보다 선택의 여지가 적다고 볼 수 있다. 자궁암의 경우 약물치료만으로 완치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술을 하면 아이도 잃고 자궁과 그에 연결된 다른 기관을 모두 잃는 대수술이 된다. 약물과 방사선을 함께 쓰는 경우 지금 치료를 받든지 아니면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리든지 두가지 방법이 있다.

만약 바로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약물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외에도 방사선을 자궁에 쪼이게 되므로 아이는 자연히 그 안에서 죽게된다. 아이를 포기하겠다는 결심이 선 경우 또 생각해야 할 문제는 언제 어떤 방법으로 아이를 포기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냥 배 안에서 죽게 하든지 아니면 그것이 아이에게 잔인하므로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인위적 낙태를 하는 경우이다. 어느 쪽이든 아이는 생명을 잃는다.

이 두 여인 모두 태아를 포기하였다. 유방암 환자의 경우 유방을 잃기 싫어 약물 치료를 서둘러 택한 것일까 아니면 시간을 잃기 싫었을까? 빨리 키모테라피를 시작하여 조금이라도 오래 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기가 없는 세상에서 엄마 없이 자랄 아이를 생각해서 그냥 포기한 것이었을까?

그러나 환자가 왜 태아를 포기하는 과정에 이르게 되었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의사들의 의무 중의 하나는 환자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죄의식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문제는 많아도 실상 정답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학의 방정식처럼 그렇게 매사에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살기가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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