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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치매를 피해갈 수는 없을까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글쎄 그 권사님이 자녀들이 보내주는 현금을 차곡차곡 옷에 숨겨 놓았었는데 갑자기 양로원에 가느라 그만 깜박 잊으셨다네요. 타주에서 찾아온 따님을 알아보지 못하셨으니 따님이 안전한 곳에 모시느라 서둘렀대요. 그 옷들은 모두 자선기관에 보냈다는데…."

나의 어머니가 살고 계신 노인아파트에서 생긴 일이다. 자녀들이 용돈으로 드리는 현금을 아껴서 모아 두었다 가끔 찾아오는 손자들에게 나눠주는 기쁨을 경험하시는 노인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치매(Dementia)는 75세가 되면 15%에서 올 수 있고 85세가 넘으면 35~50%가 발병할 수 있다. 치매에서 가장 먼저 오는 증상이 기억력 감퇴이다. 특히 최근의 기억이 먼저 떨어진다. 식사한 지 한 시간도 안되어 다시 점심을 재촉하는 경우처럼. 그러다가 점차 다음과 같은 증상이 한 두 가지씩 보인다.

①실어증: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하거나 아니면 엉뚱한 말로 대치한다



②정신력 저하: 일의 계획이나 판단력의 결핍 융통성이나 문제 해결 능력들이 떨어진다.

③실행증: 말은 알아들었는데도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이러한 '인식 능력 저하' 때문에 일상의 사회적 기능이나 작업 능력을 잃어가게 된다. 집을 잃고 헤매거나 사고가 나기도 쉽다.

그리고 또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④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거나 대화 도중에 말하던 내용을 잃어버린다.

⑤물건을 엉뚱한 곳에 둔다.

⑥원인 모르게 우울해지거나 화를 잘내게 된다.

만일 잠을 못이루거나 입맛을 잃고 매사에 재미가 없어지며 죄의식이 커지고 가끔은 자살까지 생각하는 경우라면 우울증이 합병증으로 동시에 온 상태이다.

치매의 70~80%는 알츠하이머병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라는 의사가 처음 보고했던 이 병은 원인 모르게 두뇌의 세포들이 서서히 죽어가는 현상으로 유전적인 원인이 크다. 그러나 후천적 소인으로 과다 음주나 순환계 질병 때문에 올 수도 있다. 동맥경화나 다른 이유로 두뇌에 가는 혈액이 감소되면서 뇌세포가 쇠퇴되어 오는 치매이다.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좋은 예이다.

흔하게 보이는 우울증 이외에도 치매환자의 약 절반에서 망상증세(Delusion)가 올 수 있다. 그중 피해 망상이 가장 흔한데 ①도둑 맞는 것 ②자신의 집을 남의 집이라 믿는 것 ③ 보살피는 사람이 본인을 버리고 도망가 버리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 정체를 바꾸어서 가장한 상태로 속이고 있다고 믿는 것 ④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운다고 믿는 것 등이다.

이런 망상 증세는 정신병적 증세이기 때문에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도 전혀 바뀌지 않는다. 간혹 우울증이 심할 때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우울증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내가 치료하는 어느 할머니는 두 딸을 두었는데 하와이에 살다가 가주에 사는 큰 딸이 결혼 후 어머니를 모셔왔다. 그후 외로움과 서러움이 많이 가시자 기억력이 조금씩 나아졌다. 그렇다고 치매 현상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단지 밤이면 잠을 못 이루고 집안을 헤매던 증세나 식사를 못하던 괴로움이 줄어들어서 몸무게도 많이 늘었다며 딸들이 기뻐하게 되었다.

두 딸과 사위의 명랑한 모습을 보면서 그 할머니의 남은 생이 비록 기억력 감퇴와 사고 능력의 저하는 진행될망정 예전처럼 슬픔에 빠지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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