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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남자를 울리는 '남자의 자격'

[LA중앙일보] 발행 2011/08/18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1/08/17 19:33

이종호/논설위원

경제력이 최고 가치인 세상 앞만 보고 달려야만 겨우 생존 때론 멈춰 서서 쉬기도 해야
'남자의 자격' TV 예능프로그램 제목이 아니다. 이 땅의 남자들이 눈물겹게 매달려야 할 냉정한 현실이다.

인터넷에 떠돌던 '괜찮은 남자의 자격'이란 유머도 있었다. 몇 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공짜보다 공자에 더 관심 가지는 남자 ②박사보다 밥 사는 남자 ③안주하기보다 완주하기 위해 노력하는 남자 ④포옹력보다 포용력이 있는 남자 ⑤정력적이기보다 정열적인 남자.

웃자고 하는 말이겠지만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조건들을 다 갖춰도 돈 못 벌면 무능하다는 소릴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세태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오직 하나 경제적 능력을 위해 모든 남자들은 앞뒤 돌아볼 겨를 없이 내달리는 천리마가 되어야 한다. 남의 사정 헤아릴 것 없이 자기 이속만 챙겨야 한다.

이를 확인해 주듯 '나쁜 남자'일수록 경제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엊그제 발표됐다. 코넬대 인적자원연구소에서 20년간 1만명을 조사했다. 결과는 직장에서 자주 분쟁을 일으키는 '못된 남성'의 연봉이 '마음 좋은 남성'보다 평균 9772달러나 높았다. 직장에서 요구하는 '강한 남성'으로 성질 고약한 사람이 더 부합될 뿐 아니라 연봉협상 과정에서도 훨씬 강하게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착한 남자들에겐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연봉이 많아도 자신이 '못된 남자'라서 그렇게 됐다고 여길 사람은 없을 것같다. 그 역시 어려운 상황이 있었고 나름대로 더 노력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라고 여기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처지를 힘들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남자의 일상은 매일 매일이 전투다. 하루쯤 쉬고 싶어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다. 자식들이 좀 더 크고 나면 은퇴하고 나면 그 때부터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 하나로 오늘을 버틴다. 현재의 재미와 행복은 기꺼이 반납하면서. 그게 남자다.

도대체 '남자의 자격'이 무엇이길래. 아무리 답답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 슬퍼도 울 수가 없다. 못 벌면 괴롭고 잘 벌어도 외롭다. 그렇게 억누르며 사는 것이 남자다. 그래서 시한폭탄이다. 억눌린 것은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술로 분노로 적개심으로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온갖 질병들로. 남자의 평균 수명이 여자보다 10년이나 짧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해법은 없을까. 한 때 화제가 됐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이 있다. 필자인 김정운 교수는 이 책에서 '불쌍한 남자들'을 위해 이렇게 조언한다.

"더 이상 '나를 바꾸라'는 어설픈 성공 처세서는 이제 그만 집어치워라. 억지로 변화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나는 잘 변화되기 힘든 사람임을 인정하라. 그리고 지금 당장 재미있게 사는 쪽으로 삶의 맥락을 바꾸어 보라."

맞는 말이 아닌가. 무엇을 향해 그렇게 달려가는가. 그렇게 뛰기만 하면 자신은 언제 돌아보나. 아이와의 단란한 시간 부부간의 오붓한 대화 그리고 하늘도 보고 나무도 풀도 꽃도 들여다 봐야 할 그런 여유는 도대체 언제 가져보나.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남자들은 자고 나면 다시 또 달릴 것이다. '남자의 자격'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강심장 남자는 결단코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면 답은?

고삐는 여성이 쥐고 있다. 내달릴 줄만 아는 남자를 멈추게 하고 풀을 뜯기고 잠시 숨이라도 고를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여자 뿐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런 글은 여자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 어차피 이 땅에서의 행복은 남녀가 더불어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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