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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법정 울린 감동의 판결

엄대용/목사

2010년 4월 서울 서초동 소년 법정에서 눈물 바다가 된 감동적인 재판이 있었다. 그날 피고는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구속된 16세 소녀였다.

방청석에는 홀어머니가 침통한 표정으로 딸의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법정 안으로 중년의 여성 부장판사가 들어서자 피고는 자기에게 내려질 처분을 생각하며 기가 죽어 있었다.

그런 소녀를 향해 판사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피고는 일어나 나를 따라 힘차게 외쳐 보세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 생겼다'라고."

소녀는 기어드는 소리로 판사를 따라했다. 그러자 판사는 "더 큰 소리로 따라 하세요.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서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라고 명령했다.



목소리에 힘을 주어 따라하던 소녀는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를 외치면서 눈물을 터뜨렸다.

소녀는 10여 차례가 넘는 절도 및 폭행 등의 혐의로 소년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연히 가중처벌을 받아야만 했지만 재판장은 처벌을 내리지 않았고 그 이유를 밝힌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소녀는 지난해 초까지도 성적이 우수한 모범생이었습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밝게 살았던 그 소녀가 어느 날 하교 길에서 몇 명의 남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면서 온통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습니다. 후유증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어머니도 충격으로 신체 일부가 마비됐습니다. 이후 소녀는 비행 청소년들과 어울려 범죄의 늪으로 빠졌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의 책임은 여러분과 우리 자신에게도 있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판사는 소녀를 불러 세웠다.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바로 너야. 내가 너를 안아주고 싶지만 법대가 가로막혀 손 밖에 잡아 줄 수가 없구나."

김귀옥 부장판사 소녀 어머니 등 온 법정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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