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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미·중 관계의 축약판 '농구 외교'

안유회 / 편집국 코디네이터

세상 많은 것이 그렇듯 스포츠도 양면을 갖고 있다. 앞면에는 서먹한 사이를 풀어주는 강력한 친화력을 뒷면에는 전쟁의 대리전이라 불릴 만한 불타는 경쟁심을 갖고 있는 것이 스포츠다.

스포츠는 그 독특한 친화력 때문에 흔히 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이벤트로 사용된다.

반면 스포츠는 국가간 지역간 갈등과 대결을 대신하거나 혹은 격화시키는 경쟁의 화신이기도 하다. 특히 팀 경기가 그렇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농구 외교'를 벌였다. 조 바이든 부통령이 17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양국의 경제정책 협력 강화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면서 조지타운 대학 농구팀이 동반한 것이다. 야오밍의 미국프로농구 진출 이후 중국내 농구 열풍을 고려하면 스포츠 외교의 전형적인 사례다. 더구나 올해는 핑퐁외교 40주년의 해다.



베이징 올림픽 농구장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친선 농구경기는 두 차례 열렸다. 17일 열린 조지타운대-산시성 농구팀 멍룽의 경기는 분위기가 좋았다.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 관중과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문제는 18일 두번째 경기. 조지타운대와 중국 프로팀 바이 로키츠의 경기는 친선은 고사하고 웬만한 라이벌 팀 사이에도 보기 힘든 전쟁 양상이었다. 몸싸움은 격렬했고 두 팀의 파울 합계는 39개였다. 결국 4쿼터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주먹이 오가고 넘어진 선수를 집단으로 밟는가 하면 의자를 던지기도 했다.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조지타운대 선수들과 코치진에 관중들은 물병 등을 집어던졌다. 웃자고 모인 자리에서 죽자고 싸운 꼴이다.

한 장면이 전체를 보여줄 때가 있다. 이번 친선 경기가 그렇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의 상징적 한 장면 같다는 것이다. 첫 경기는 우호적 두번째 경기는 난투극이었다. 스포츠의 친화력과 경쟁심이라는 양면이 오버랩되며 협력과 경쟁이라는 미중 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축약적으로 담고 있는 듯 보인다.

바이든 부총리의 중국 방문 목적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이후 세계경제 문제의 해법 논의였다. 미국은 중국의 협력없이 세계적 경제난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은 재정 위기에 비틀거리고 있고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잃어버린 20년이 거론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

미국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패권을 유지하거나 중국에 추월당하지는 않지만 투 톱 체제로 세계 권력을 나누거나 혹은 중국에 추월당해 2위로 밀려나거나 중국과의 파트너십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세계 체제를 둘러싼 미중의 게임이 첫 친선경기처럼 우호적으로 갈 것인가 두 번째 경기처럼 난폭한 양상을 띨 것인가. 묘한 시기에 묘하게 전개된 농구경기를 보며 든 생각이다. 확실한 것은 이날 경기는 친선이 아니라 힘겨루기였다.

비슷한 시기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특집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중국의 해외 장기 대출이 1100억 달러에 이르며 세계은행의 대출 규모를 능가했다는 사례 등을 중심으로 중국이 이미 미국 이후 시대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미국의 대학농구팀 중국의 프로농구팀이 대결한 점 경기가 중단된 상황의 점수가 64-64 동점이라는 점은 현재 미중의 격차를 말하는 듯하다. 이것이 난투극으로 이어진 것은 미래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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