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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 이사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

염승은/경제부 기자

지난 2분기를 기점으로 한인은행권이 흑자로 돌아섰다. 어려움을 헤치고 나왔다는 점에서 이를 이뤄낸 은행들에 큰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은행업계 전체를 보면 적자 낸 은행이 그리 많지 않고 흑자폭이 남들보다 큰 것도 아니니 크게 좋아할 만한 일까지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은행들은 금융위기 직후에 겪었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죽고 사는 문제가 지나고 났으니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옮겨갔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영진은 물론 이사진들이 특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

지난 2년여간 각 은행은 모두가 한 번 죽었다 살아난 것이나 다름없다. 불경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도 그랬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존 이사진과 신규 투자자들간의 갈등이 불거진 태평양은행을 취재하면서 한인은행의 이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다. 그들이 누구인가. 힘든 이민 생활 속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로 한인경제의 더 큰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목표로 은행을 세운 이들이다.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많은 한인 사업체들이 대출을 받아 사업체를 확장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한인 경제가 크게 성장하며 한인 사회는 미국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년여간 은행 이사들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변하고 있다. 은행 수가 늘며 이사들이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은행 폐쇄나 주가 폭락으로 큰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도 많이 생기면서 회의적인 시선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한인은행가에서 이사들의 중요성이 유난히 강조되는 것은 그들이 경영에 행사하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은행 경영은 행장 이하 경영진이 한다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는 한인은행은 많지 않아 보인다. 달력에 들어갈 그림이나 고객 사은품까지 이사들이 결정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도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은 모조리 경영진의 몫이다. 대출을 포함한 모든 주요 결정을 경영진이 내렸다면 괜찮겠지만 이사회의 경영 참여가 공공연한 현실에서 경영진만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인은행 이사들이 진정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말에 수긍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경영진에게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 전문적인 조언을 해 줄 능력이 되는 이사는 몇이나 될까. 말로만 은행 상황이 괜찮다고 하지 말고 스스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라도 했다면 어땠을까.

"든든한 은퇴자금이 되어 줄 거라 믿었지만 이제 그러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 17일 한미은행 주주총회에서 20년째 주주로 있다는 어느 한인이 질의응답 시간에 한 말이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주주들의 표정이 동시에 어두워지는 듯 한 착각까지 들 정도로 장내는 조용해졌다.

이는 한미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주가 폭락으로 손해 본 건 이사들도 마찬가지라지만 전채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이사라는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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