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오픈 업]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모니카 류/ 암 방사선과 전문의

'법과 질서'라는 TV시리즈 중에 1990년 방영된 '무차별' 그리고 14년 후 '처리(fixed)'라는 이름으로 나간 드라마가 있다. 이는 1987년 뉴욕 맨해튼에서 일어났던 가정폭력을 다룬 것들이다.

뉴욕 지방검사였던 스타인버그와 랜덤하우스 출판사의 동화 편집자로 일했던 헤다 너스바움이라는 부부가 불법으로 입양한 두 아이 중 여섯 살 짜리 큰 아이를 학대와 폭력으로 뇌사시킨 사건이 소재였다. 검사와 동화작가의 결합과 두 입양아가 함께 꾸민 가정은 밖에서 보면 완벽 그 차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저지른 범행은 정상과 비정상의 세계를 들락거리는 경계성 인격장애자들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사건 당시 양엄마 너스바움도 얻어 맞아 얼굴 뼈가 일그러진 상태였다고 한다. 부러진 여러 개의 갈비뼈도 있었다. 영양실조 빈혈 잦은 감염으로 고통받고 있던 그녀는 또 하나의 희생자였다는 점에서 고발되지 않고 대신 양부를 고발하는 증인으로 쓰였다. 그래서 형벌을 면했다.

너스바움은 집에서 여섯 번이나 도망쳤다가 매번 되돌아 갔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이런 환경에서는 처음에는 정신적 육체적인 학대가 아픔이다. 학대가 반복되면서 고통을 잊기 위해 무감각 상태로 희생자를 몰아가게 되고 나중에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상실된다.



시간이 더 지나면서 가해자의 생각에 동조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내가 이런 학대를 받는 것은 당연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는 '스톡홀름 신드롬'이 나타나게 되는데 너스바움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란 덴마크 스톡홀름에 있었던 은행강도 사건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강도에게 납치되었던 은행원들이 구출된 후 법정에 증인으로 섰을 때 검찰을 돕지 않고 오히려 강도 편을 들었다. 즉 피해자였던 은행원들은 가해자인 강도를 이해하고 그들의 행위를 두둔했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신드롬은 돌이키기 힘든 단계에 들어선 피해자의 상태 그러니까 저항능력을 잃은 무능의 상태를 말해 준다. 간혹 피해자가 가해자의 범죄행위에 동조 또는 가담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의 친구중에도 이런 '스톡홀름 신드롬'을 체험한 경우가 있다. 그 친구가 속해 있는 한인 공동체 안에 그녀를 쫓는 스토커가 있었다. 그는 늘 악담과 협박의 편지를 보냈다.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고 공동체를 발신자로 했다. 그런 편지를 받으면서 내 친구는 '정말 내가 그랬던가?' 하고 황당무계한 내용에 시선을 주게 됐고 잠깐 멈추어 생각을 하게 됐다.

스톡홀름 신드롬은 처음엔 '내가 그랬었나?"로 시작하지만 나중엔 '그랬을 수도 있겠지'로 발전하게 되고 '내가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다'로 진전되면서 결국은 있지도 않았던 일을 자신이 저지른 것처럼 받아들이고 굴복해 버린다. 내 친구 역시 그럴 수 있었겠다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는 경계성 인격장애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민생활의 어려움이 이를 촉진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스토커는 일이 범죄로 악화되기 전에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된다. 정신병자가 스스로 정신과를 찾는 경우는 드무니까 가족이나 친구가 선도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 일이 악화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으니까 친구는 일찌감치 법의 보호를 요청해 불상사를 막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최고의 처방은 예방이기 때문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