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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전자책의 도전과 종이책의 응전

김완신/논설실장

지난해 8월 소설가 이문열씨의 강연회가 있었다. 원로 작가의 문학세계를 경청하는 이 자리는 중년과 노년층 한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강연회를 찾았던 일부 한인들 중에는 오래된 이문열씨의 작품집을 들고 와 작가의 서명을 받아가기도 했다. 그들이 가져온 수십년 된 낡은 작품집에는 곳곳에 밑줄과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잠못 이루던 날 밤을 새워 책을 읽으며 문학과 인생을 생각했던 젊은 날의 소중한 흔적이었다.

빛 바랜 종이에 촘촘히 박혀진 활자들. 오랜 유물처럼 쓸쓸히 남은 그들의 책을 보면서 종이책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첨단기기를 이용한 전자책의 출현으로 종이책의 미래가 밝지는 않다. 인류의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지만 언젠가는 역사의 퇴물로 물러나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기록은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돌 점토 나무껍질 쇠붙이 등에 원시문자를 새겨 넣은 것에서 시작된 기록이 책이라는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나일강 유역 갈대의 일종인 파피루스 덕분이었다. 책의 기원에 대한 학설은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글자가 적혀 있는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책의 초기 형태로 보고 있다.

기원 전 2세기에 거대한 도서관을 만들었던 이집트 왕은 인근 국가에서 파피루스를 이용해 책을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을 금했었다. 파피루스를 구할 수 없었던 국가들에서는 양이나 송아지 가죽에 글을 남겼고 가죽의 특성상 두루마리로 만들 수 없어 비슷한 크기의 낱장으로 된 지금의 제본형태가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두루마리에서 낱장으로 형태가 바뀐 것은 커다란 변혁이었다. 두루마리로 된 책은 내용을 보려면 전체를 펼쳐야 하지만 낱장의 가죽으로 만든 책은 원하는 부분의 신속한 열람이 가능했다.

후에 종이가 발명되기는 했지만 두루마리에서 낱장으로 바뀐 것은 지금의 전자책 출현에 견줄 만한 발전이었다. 소크라테스가 "인간의 신성한 지식을 죽은 짐승의 가죽에 적을 수는 없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두루마리 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전자책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1년 현재 전체 도서시장 대비 전자책 점유율이 8%에 이른다. 전자책은 사용의 편의성과 함께 효율적으로 방대한 정보를 저장하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 시대의 젊은층을 독자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로버트 단턴 하버드대 도서관장은 "대학 도서관이 소장한 수백만권의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종이책과 도서관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종이책과 전자책은 상호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독일 쿠텐베르크 대학의 전자책 권위자 크리스토프 블레시 교수도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예상한다. 그는 "전자책이 편하기는 하지만 감성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종이책이 주는 향수와 오랫동안 익숙해진 독서행태가 가시적인 미래에 바뀌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은 집중하기가 어렵고 지금 구입한 전자책이 기기의 변화로 미래에도 읽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인다.

기계 속의 낯선 글자에서 지식과 감동을 찾는 시대지만 종이책의 종말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종이책의 '연약한' 감성과 추억만으로 밀려오는 전자책의 물결을 견뎌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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