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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누구를 위한 노인 센터인가

부소현/사회부 기자

"노인센터(노인 및 커뮤니티센터)에 경찰이 출동했다."

지난 24일 걸려온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달려간 노인센터 주차장에는 벌써 경찰 2명이 와 있었다. 이날 경찰은 이한종 재미올드타이머협회 회장의 신고를 받았다. 이 회장은 LA한인회가 노인센터 출입을 막는다며 경찰을 불렀다. 이 회장은 이날 노인센터에서 현 LA한인회에 반(反)하는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다. 센터 사용허가는 노인센터 측에서 받았다고 했다.

경찰은 LA한인회와 노인센터 측의 센터 리스계약 서류를 확인하고 양측 모두 센터에 입장할 수 있다고 해결을 봐줬다. 노인센터의 지분은 LA한인회와 노인센터가 각각 50%씩 갖고 있다. 이날 경찰까지 출동한 소란의 원인을 요약하면 이렇다.

'사용허가를 받지도 않은 센터를 왜 마음대로 쓰나(한인회)' '노인센터에서 쓰라고 했다(재미올드타이머협회)' '센터 사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노인센터)'.



LA한인회와 노인센터 이사회는 노인센터 운영권을 두고 수개월 째 대립중이다. 배경을 말하자면 길고도 의미 없다. 그러나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에 대한 '신의'가 깨졌기 때문이다.

신의를 등진 두 단체의 갈등과 대립으로 '한인 노인들의 사랑방'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노인센터는 문도 열기 전에 싸움터가 돼버렸다. 덕분에 노인센터로 지급될 정부기금은 공중에 붕 떠버렸다. 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양측의 서명이 모두 필요한데 LA한인회가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명을 받지 못한 자금 90만 달러는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 에스크로 회사로 반환됐다.

LA한인회는 노인센터가 센터 운영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 서명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인센터는 공동위원회를 구성한 후에라도 한인회가 서명에 응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한다. 먼저 서명하면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한치의 양보도 없다.

서로에게 조금의 믿음만 있다면 생기지 않을 일들이다. 믿지 못해 의심하고 헐뜯다 보니 다 지어놓은 센터는 정식개관도 못하고 있고 받기로 한 정부기금은 갈 곳을 찾지 못해 묶여있다.

LA시에서 거의 무상으로 노인센터 부지를 허용해 준 것은 한인 노인들과 한인커뮤니티를 위해서였다. 따라서 실질적인 주인을 따지자면 한인 노인들을 포함한 LA한인이 맞다. 운영을 맡은 단체는 사용자들을 위한 봉사를 하는 것이 옳다. 말이 좋아 봉사지 뒤치다꺼리를 맡아 해 줄 단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서로 주인이고 싶은 이유가 궁금하다.

서로 이렇게 평행선을 달리다 보면 한인단체 간의 또 다른 법정싸움으로 번질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노인센터의 정식개관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갈 곳이 있는데도 가지 못하는 한인 노인들이 안쓰럽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새 집에 들어갈 때 액운을 없애고 풍요와 행운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다. 제사상에는 잘생긴 돼지머리와 시루떡이 오른다.

노인센터에 하루빨리 이런 고사상이 차려지길 바란다. 그런 날이 오면 서로 주인이라며 싸우고 경찰까지 오갔던 모습은 깨끗이 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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