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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교회 리더십 교체에 쏠린 눈

이종호/논설위원

하용조 목사 별세 한 달 반. 한국 온누리교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크다. 우선 하 목사의 뒤를 이을 새 담임목사로 누가 선임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또 그동안 온누리교회가 펼쳐 온 다양한 사역의 연속성과 영향력의 지속 여부에 대한 관심도 많다.

그간 온누리교회는 청빙위원회를 통해 29명의 후보를 접수했고 현재 5명을 최종 후보자로 압축한 상태다. 이번 주말까지는 목사와 장로 등 400여명으로 구성된 당회에서 최종 한 명을 뽑고 다음 주인 24일까지는 공동의회 추인을 거쳐 최종 후임을 결정할 것이라 한다.

최종 후보자 5명중 4명은 온누리교회 부목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측) 교단법상 부목사는 바로 담임목사가 될 수 없고 다른 교회에서 2년 이상 시무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만약 부목사가 최종 후임자로 확정될 경우 부득이하게 2년은 임시 당회장 체제로 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쨌든 하 목사의 후임은 교회법과 절차와 따라 이달 안에는 정해질 것이다. 하지만 교인수 7만~8만 명에 이르는 대형교회의 리더십 변화는 그것이 미칠 사회적 파장과 교계 영향력이란 측면에서 특정 교회의 문제를 초월한다.



또 새로운 리더십 유형에 따라 온누리교회가 한국 교회의 진로와 발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몇년 새 한국의 주요 대형교회를 일군 1세대 목회자들이 잇따라 별세하거나 퇴진하고 있다. 그 빈 자리를 이민목회 경험을 가진 미주 출신 목사들이 다수 채우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또 그들로 인해 침체된 한국 교회의 분위기가 쇄신되고 사회적 이미지도 개선되는 등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교회를 향한 사회적 비판과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권력화 세속화다. 약한 자 못가진 자 소외된 자의 편에 서야 할 교회가 오히려 힘 있는 자 가진 자 기득권자의 편에 서는 경우가 더 많다는 질타에도 별로 반박할 말이 없다.

교회 내부에 만연된 권위적 서열문화에 대한 손가락질에도 교회는 아파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한국 사회의 인습과 신분제도를 혁파하고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진작시킨 데는 교회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런 교회가 이제는 거꾸로 가장 권위적이고 유교적인 장유유서 문화의 학습장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웃지 못할 아이러니다.

그동안 한국 교회의 흐름은 개인의 영적 구원을 강조하는 보수적 신앙노선이 주도해 왔다. 때문에 지치고 병든 영혼을 구원하는데 교회가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개인의 영혼을 상하고 병들게 만드는 불의한 정치.경제.사회 구조를 바꾸거나 약화시키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도 흘려 들을 수만은 없다. 이 역시 교회의 새 리더들이 감당해야 할 숙제다.

요즘은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70~80년대 유례없는 부흥 성장을 이뤘던 한국 교회가 이제는 정체를 넘어 쇠퇴의 길로까지 들어선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가빈(家貧)에 사현처(思賢妻)요 국난(國難)에 사현상(思賢相)'라는 말이 있다. 집안이 가난하면 현명한 아내가 생각나고 나라가 어려울 땐 어진 재상이 아쉽다는 말이다.

요즘 한국 교회가 딱 그렇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위기의 한국 교회 이를 다시 세울 바르고 현명한 리더의 등장을 한국 사회와 교회는 모두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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