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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자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

문진호/사회부 기자

미국의 어려움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연방센서스국이 1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해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한 가구의 비율이 전체의 15.1%나 됐다. 최저생계비 기준은 현금소득이 4인 가구 기준으로 2만2314달러 1인 기준으로 1만1139달러이다.

이번 결과는 지난 1993년 15.1% 이후 가장 높은 것이며 인구 3억명 가운데 4620만명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어려움 가운데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높아진 빈곤율과 함께 건강보험이 없는 국민도 5000만명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반적인 소득도 1996년 수준으로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중간소득은 4만944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가 줄었다. 세계를 움직인다는 미국의 초라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재선이라는 발등의 불을 만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빈곤율과 경제난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법안의 주된 내용은 연2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개인이나 25만 달러 이상의 가구를 대상으로 세금을 올리고 정유회사들에 제공하던 세금혜택을 없애는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4660억달러의 재원 마련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8월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이 "부자들에게 제공되는 비정상적인 감세 혜택을 없애라"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부자들에 대한 증세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선 가장 받아들이기 쉬운 재원 마련 방법이지만 연방의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버핏의 기고와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 직후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과 증세 반대 단체들의 집중 포화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자들은 소유한 기업을 통해서도 세금을 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자 증세안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논의를 통해 미국의 미래를 결정할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부자 증세는 시장경제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상식을 소득 상위층의 참여를 통해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희생'을 의무화시키는 법안에 대해 부자들이 반대하는 것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을 돌아보면 부자들도 다시 한 번 증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반대하는 공화당을 설득하기 위해 예산삭감을 통해 부채 해소에 나서기로 했다. 이 방안은 부채 해소에 대한 부담을 소득 상류층보다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떠안기고 있다. 모두의 희생이 필요한 시기에 어려운 쪽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시장경제에 앞서 민주주의가 표방하는 미국이 걸어갈 길은 아닐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엔 너무나도 어려운 시기다. 지금은 부자증세를 놓고 '버핏은 위선자'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해 논의하는 것보다는 일단 모두가 동참하는 '희생'이 더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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